[라동철 칼럼] 윤석열정부의 성공 조건

국민일보

[라동철 칼럼] 윤석열정부의 성공 조건

입력 2022-03-30 04:20 수정 2022-03-30 04:20

당선인 직무 수행 긍정 전망
현격히 낮아 출발부터 불안

취약한 지지 기반, 여소야대
환경 극복하려면 독선과 불통
내로남불의 덫 경계해야

기자회견 정례화로 소통 강화,
야당과의 협치 노력, 자신에
더 엄격한 춘풍추상 자세 절실

윤석열 당선인이 오는 5월 10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취임을 40여일 앞두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중심이 돼 권력 인수 준비가 한창이다. 대선 후 취임까지는 당선인과 차기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르는 시기다. 당선 2주째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직무를 잘 수행할 것이라는 응답률이 84%, 박근혜 전 대통령은 78%였다. 당선 즉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87%였다.

하지만 윤 당선인에 대한 기대치는 사뭇 다르다. 한국갤럽이 최근 공개한 조사 결과에서 윤 당선인의 직무 수행 긍정 전망 응답률은 55%였고 지난 28일 공개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는 46.0%였다. 역대 최소 표차의 초박빙 대선 여파에,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및 인사권 행사를 둘러싸고 노출된 신구 권력 간 갈등이 당선인 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기대치가 낮다는 것은 차기 정부의 국정 추진 동력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당선인 측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과의 28일 만찬 회동을 통해 갈등을 어느 정도 해소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나 윤 당선인 측은 이런 조사 결과가 나온 것에 위기감을 느끼고 집권에 임하는 자세를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윤 당선인과 차기 정부가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취임하면 172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여소야대 국회를 상대해야 한다. 임박한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여야 간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심화된 진영·젠더·세대 갈등,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위기, 북한의 잇단 도발, 우크라이나 전쟁 및 여파, 미·중 패권 갈등, 세계적 원자재난과 금리 인상 움직임 등 맞닥뜨릴 대내외 현안들도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다. 정부 조직 개편, 국무총리와 장관 등 임명, 주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민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국정이 차질을 빚을 게 뻔하다. 차기 정부에도 악몽일 테지만 정권 교체를 통한 국정 쇄신을 기대했던 국민들로서도 달갑지 않을 상황이다.

대통령과 여당은 국정에 무한 책임을 지는 존재다. 거대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고 해서 그 책임이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야당을 설득하고 타협해 국가와 국민에 보탬이 되는 성과들을 만들어내야 하는 게 집권 세력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가 취약한 기반을 딛고 성공하려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게 무엇보다 급선무다. 당파적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국가와 전체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다지는 게 그 시작이 돼야 할 테다. 윤 당선인은 지난 26일 인수위 워크숍에서 “정부를 출범하면서 가장 중시해야 하는 것은 실용주의, 그리고 국민의 이익”이라고 말했다. 국민들도 공감할 것이다.

내가 가장 옳고, 상황에 가장 잘 대처하고 있다는 자만과 독선을 경계하고 언론, 국민과의 소통 접점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참모나 국무위원들과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그들에게만 의존해서는 현안의 다양한 측면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듣고 싶은 말만, 의례적인 말만 오가는 자리가 아니라 현안에 대해 제한 없이 묻고 답할 수 있는 기자회견과 브리핑을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그런 기회가 많아져야 대통령이 국정에 대한 다양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직접 접할 수 있어 편향된 시각에 빠질 위험과 정책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 당선인이 기자간담회를 자주 갖겠다고 했는데 반드시 실천하길 바란다.

야당을 존중하고 국정의 동반자로 여기는 자세도 갖춰야 할 덕목이다. 야당 의원들을 두루 만나 현안을 공유하고 국정 협력을 이끌어내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대통령과 집권당이 자신의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겠다는 자세로 다가가야 야당도 마음의 문을 열 것이다. 남에겐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에겐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한다는 춘풍추상(春風秋霜)의 자세도 유념하길 바란다. 민주당 정권의 대선 패배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야당에는 추상같고 내 편에는 봄바람 같은 내로남불 행태를 반복해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것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인수위 출발이 다소 불안해 보였지만 차기 정부가 이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실패했던 이전 정부들이 빠졌던 불통, 독선, 내로남불의 덫에 걸리지 않도록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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