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한국인 체형 변화

국민일보

[한마당] 한국인 체형 변화

한승주 논설위원

입력 2022-04-01 04:10

세탁기 뚜껑의 위치와 높이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세탁물을 넣고 꺼내며 허리를 숙이거나 무릎을 굽힐 때 관절에 부담이 없는 최적의 위치를 찾아야 한다. 버스와 지하철 좌석 폭은 어느 정도가 가장 쾌적한가.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일상에는 알게 모르게 이런 고려가 숨어있다. 그러려면 사용자의 체형을 알아야 한다. 인체 치수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고,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정부가 1979년부터 5년마다 국민의 인체치수를 조사해 발표하는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만 20~69세 남녀 64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인의 체형은 키가 커지고 다리는 길어지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평균 키는 남성 172.5㎝, 여성 159.6㎝. 1차 조사 이후 40여년이 흐르는 동안 남성은 6.4㎝, 여성은 5.3㎝ 커졌다. 남자는 40대가 9.3㎝가 커진 173.2㎝로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여자는 30대가 7.9㎝가 커진 161.9㎝로 변화가 컸다. 상체와 하체의 비율을 나타내는 다리 길이 비율은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했다. 키에서 하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롱다리’ 체형이 된 것이다. 반면 머리 크기는 변화가 없어 한국인 고유 특성을 유지하는 걸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건 비만 인구다. 남성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24.9(25 이상이면 비만)로 절반가량인 47%가 비만이다. 반면 여성 평균은 22.6이며, 5년 전과 비교해 모든 연령대에서 날씬해졌다.

이번 조사에는 포함 안 됐지만 19세 남녀 청소년의 평균 키는 175.5㎝, 163.2㎝으로 세계 60위권이다. 1985년만해도 130위권이었으니 큰 폭으로 뛰어오른 셈이다. 보릿고개를 지나 경제 성장으로 영양 섭취가 늘어난 게 성장의 동력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키 성장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88년생 남성 평균이 173.9㎝인데 98년생이 173.4㎝이니 말이다. 성장기 유제품과 채소 대신 패스트푸드 섭취 증가, 학업으로 인한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역시나 키 크려면 잘 먹고 잘 자는 게 중요하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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