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 화장실은 ‘음압’, 객실은 ‘양압’

[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 화장실은 ‘음압’, 객실은 ‘양압’

한이경 폴라리스어드바이저 대표

입력 2022-04-09 04:03

호텔에서 우리의 기분은 어디에 좌우될까. 로비 직원들의 상냥한 인사를 받고 객실로 들어섰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침구 위 머리카락이라면? 손을 씻는데 갑자기 뜨거운 물이 쏟아져 깜짝 놀랐다면? 이후부터는 아무리 좋은 것을 듣고 봐도 평가는 야박해지게 마련이다. 고객들의 기분을 망칠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것들이 비호감도를 높이고 급기야 불편하게 만든다. 호텔들이 이걸 모를 리 없다. 반대로 뭐라고 말할 수는 없는데, 어쩐지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진다면? 이는 곧 호텔이 수많은 위험 요소에 미리 대비, 일체의 불편함을 제거했다는 의미다. 기분이 좋다는 건 추상적인 감정의 영역이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건 매우 구체적이고 세심한 노력이다.

객실 방문을 연 뒤 1분. 기분을 좌우하는 시간이다. 객실에 들어서면 우리는 초스피드로 객실 곳곳을 훑는다. 객실 정리를 맡은 하우스키핑 직원들의 손끝이야말로 매직을 부른다. 각 잡힌 침구, 있어야 할 것이 있어야 할 곳에 자리 잡은 모든 것으로 말미암아 무장해제가 된다. 감각은 하나만 작동하지 않는다. 결정적인 포인트가 있다. 바로 냄새다. 기분 좋게 객실 문을 연 순간, 바로 그때 퀴퀴한 냄새가 우리를 감싸 안는다면 야무진 손끝으로 완성한 깨끗한 침구로도 상한 기분은 회복 불가능이다.

제대로 된 호텔이라면 이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쏟는다. 단순히 부지런한 환기로 해결되지 않는다. 객실 화장실을 예로 들어보자. 기압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화장실 내부는 바깥보다 늘 음압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화장실의 공기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는다. 동시에 객실은 화장실과는 반대다. 양압을 유지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호텔들의 화장실 천장에는 성능 좋은 중앙 배기관이 24시간 쉼 없이 작동한다. 설계 단계부터 고려하는 건 물론이다. 행여나 놓칠세라 화장실 조명 스위치를 켤 때 배기가 될 수 있도록 추가 기능을 얹는다.

냄새는 객실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레스토랑 오픈 키친은 말 그대로 오픈돼 있다. 여기에서 셰프들은 스테이크도 굽고 튀김도 튀긴다. 물론 맛있는 음식들이지만 누구라도 밥 먹는 내내 그 냄새를 맡고 싶지는 않다. 손님들의 그 마음 잘 아는 호텔은 오픈 키친 천장에 장치를 마련해 둔다. 주방만 한 후드가 공기를 쉴 새 없이 빨아들인다. 음식을 하는 바로 그 순간, 냄새는 머리 위로 날아가 버린다.

호텔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고객의 기분, 안전과 편안함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실력 있는 기술자부터 분야별 디자이너, 시공사들이 불철주야 노력한다. 그로 인해 냄새면 냄새, 온도면 온도, 수압이면 수압, 조명의 밝기면 밝기까지 세심한 배려와 서비스를 준비한 뒤 세상 상냥한 환대의 감흥을 극대화시킨다. 여기에서 하나라도 어긋난다면? 오 마이 갓! 기다리는 건 인색한 별점이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호텔의 세계에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 공간이란 없다.

한이경 폴라리스어드바이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