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타조의 머리 숨기기

국민일보

[한마당] 타조의 머리 숨기기

남도영 논설위원

입력 2022-04-11 04:10

‘타조 효과(ostrich effect)’라는 말이 있다. 맹수가 돌진해오는데 도망갈 생각은 않고 머리를 모래에 처박는 타조의 모습에서 유래됐다. 위기가 닥쳐오는데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회피하려는 행태를 비판하는 말로 쓰인다. 그런데 타조의 행동을 오해한 데서 비롯됐다는 반론이 대세다. 타조는 땅에 있는 먹잇감을 쪼아 먹고, 땅을 파헤쳐 만든 구멍에 알을 낳는다. 하루에도 몇 차례 부리로 알들을 뒤집는다. 이런 모습이 오해를 불렀다는 것이다. 타조는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모래에 머리를 박는 습성도 있다고 한다. 시력도 좋고 시속 70㎞로 달릴 수 있는 타조가 굳이 모래에 머리를 처박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꿩도 사냥꾼에게 쫓기면 머리를 박는다. 꿩은 날개가 짧아 높이 날거나 오래 날지 못한다. 타조와는 조금 다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교수들이 뽑은 2010년 올해의 사자성어가 ‘장두노미(藏頭露尾)’였다.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한 모습’을 가리키는 말이다. 역시 타조가 어원이다. 중국 원나라 문인 장가구가 지은 ‘점강진·번귀거래사’와 왕엽이 지은 ‘도화녀’에 등장한다. ‘쫓기는 타조가 머리를 덤불 속에 숨기지만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해 쩔쩔매는 모습’을 표현했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 4대강 논란, 천안함 침몰,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등 많은 사건이 있었다. 정부는 국민을 설득하고 의혹을 해소하기보다는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했는데, 이를 비판하는 사자성어였다. 진실은 숨길 수 없다는 경구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 처리 방침을 정하자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는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마냥 사라져버리는 분들을 조직을 이끄는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며 김오수 검찰총장을 비판했다. 김 총장과 검찰 수뇌부가 위기만 회피하려는 어리석은 행위를 한 것일까, 아니면 알을 뒤집는 자연스러운 행동을 했을 뿐인데 오해한 것일까. 본인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남도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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