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넷플릭스 구독료 인상의 부당성

국민일보

[시론] 넷플릭스 구독료 인상의 부당성

변상규 호서대 문화영상학부 교수

입력 2022-04-19 04:02

작년에 ‘오징어 게임’으로 화제를 모았던 넷플릭스는 전 세계적으로 2억200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해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한 1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다. 그런데 최근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서 갑작스럽게 구독료를 인상해 구독자들에게 불만을 사고 있다. 프리미엄 요금제 기준으로 월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17.2% 올렸는데 인상 폭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구독료 인상 명분으로 콘텐츠 투자 확대를 내세운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흥행으로 거둔 막대한 수익을 한국 제작사엔 한 푼도 보상하지 않고 독식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자기 편의주의적 해명이라고 느껴진다.

넷플릭스는 이번 구독료 인상 외에도 제작사와의 불공정한 수익 배분, 인터넷망 무임승차 등 여러 논란을 일으켜 왔다. 이처럼 반복되는 넷플릭스 논란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넷플릭스는 국내 OTT 시장에서도 압도적 점유율(47%)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사업자를 ‘지배적 사업자’라고 부르는데 집중도가 높은 시장일수록 지배적 사업자의 가격 설정 능력이 커진다. 큰 폭의 가격 인상은 가입자 유출로 연결되므로 넷플릭스가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가격 인상을 쉽게 단행하지 못할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넷플릭스 비중이 10% 이하인 인도 시장에서는 구독료를 최대 60%까지 인하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반면 이미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미주나 유럽 지역에서는 요금 인상과 동시사용 계정의 수를 축소해 수익을 늘리고 있다.

도이치텔레콤 등 유럽 4대 통신사업자 최고경영자(CEO)들의 공개서한인 ‘Letter: Europe’s telecoms market risks falling behind rivals’에서 보듯이 유럽 통신사들도 OTT 사업자들의 무임승차로 망 투자비용 부담이 급증하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사업자의 협상력이 막강한 미국에서는 넷플릭스가 컴캐스트 등 4대 사업자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음을 부사장인 켄 플로렌스의 선언서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넷플릭스가 2020년에 인터넷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음을 확인받고자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넷플릭스가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지만 국회를 중심으로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이 논의되는 등 넷플릭스에 불리한 상황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번 구독료 인상이 넷플릭스의 망 이용 대가 부담을 구독자에게 전가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제기한다. 이런 추정 역시 넷플릭스의 시장지배력을 전제로 한다. 국내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토종 콘텐츠사업자나 후발 해외 OTT 사업자들은 이미 직간접적으로 망 이용 대가를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이들이 구독료를 인상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연간 36조원이 넘는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넷플릭스가 추가로 발생한 비용을 구독자에게 전가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은 시장지배력을 이용한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인터넷의 편리성에 고품질 콘텐츠를 결합해 전 세계 구독자를 매료시키면서 OTT 시장을 선도해 왔다. 그러나 OTT 구독자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디즈니, 애플, 아마존 등 후발 사업자와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넷플릭스는 시장지배력을 수익 증대에 활용해 이른바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질 좋은 콘텐츠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도록 기업 혁신의 고삐를 죌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인터넷 생태계가 발전하고, 그 혜택이 구독자들에게 돌아가길 바란다.

변상규 호서대 문화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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