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석 칼럼] 끼리끼리 공화국

국민일보

[오종석 칼럼] 끼리끼리 공화국

입력 2022-04-26 04:20

윤석열 당선인의 첫 내각 구성 능력 내세우나 측근 보은 인사
불·편법 등 비리 의혹도 제기돼
민주당, 무리한 검수완박 추진 강력 반대하던 국민의힘 합의
중재안은 정치권 전형적 야합
특권층인 정치권과 검찰 모두 말로는 국민 위해서라 하지만
기득권 챙기는 끼리끼리 행태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50일 정도 흘렀다. 통상 대선이 끝나면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 미래에 대한 비전 등으로 활력이 넘친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뭔가 답답하고 걱정이 앞선다. 주변을 둘러보면 상당수 국민이 그렇게 느낀다. 코로나19 탓만은 아닐 게다.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행태가 하도 한심해서 그럴 것이다. 대선 승자와 패자는 모두 끼리끼리만 똘똘 뭉쳐 아직도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려 있다. 상대에 대한 배려나 존중, 국민 통합을 위한 협치는 아예 찾아보기 힘들다.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됐는지.

우선 대통령 권좌에 오를 윤석열 당선인의 책임이 크다. 기대보다는 우려를 더 많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는데 첫 내각 인사에서 국민은 전혀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실 비서진 인사도 마찬가지다. 윤 당선인은 ‘능력 제일주의’를 표방하면서 남녀, 세대, 지역 안배 등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물론 해당 분야에서 가장 능력 있는 사람을 써서 국가 발전을 이룩하겠다는 의도 자체를 탓할 순 없다. 하지만 당선인과 같은 서울대 출신에 남성 중심의 50~60대가 당연히 능력 있다는 고루한 아집이나 편견에서 비롯됐다면 문제다. 더욱이 측근, 보은, 회전문 인사로 끼리끼리 정권을 꾸린다는 인상까지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탁 인사 중 상당수가 능력과 자질은커녕 불법과 편법 등에 연루된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벌써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최근 윤 당선인의 국정 운영 기대에 대해 긍정 평가가 50% 전후로 역대 가장 낮은 것은 이런 평가와 무관치 않다.

예비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에 실망감만 안기긴 마찬가지다. 선거 패배 후 제대로 된 자성이나 혁신도 보여주지 못하더니 갑자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여 국민적 공분을 산 것이 대표적이다. 국민은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제1당으로서 정책 주문과 내각 후보자 검증 등 할 일이 태산처럼 많은데도 불구하고 오로지 검수완박에만 몰두하는 것에 대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더욱이 국회 상임위 꼼수 사·보임에 위장·기획 탈당 등으로 민주주의 기반인 절차적 정당성까지 무시하자 혀를 내둘렀다. 상당수 진보 사회·시민단체까지 반대하던 검수완박을 밀어붙인 이유가 국민의힘 주장처럼 문재인정부와 이재명 전 경기지사 비리 수사를 막아보겠다는 의도로 끼리끼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온몸으로 끝까지 검수완박을 저지하겠다던 국민의힘이 충분한 여론 수렴도 없이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민주당과 전격 합의했다는 것이다. 뒤늦게 여론 악화와 당내 반발 등을 의식해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정치권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지 못하도록 여야가 힘을 합친 전형적인 끼리끼리 야합이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다.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그들도 큰소리칠 입장은 아니다. 검수완박 얘기가 나온 이유는 그동안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와 권력에 대한 순응으로 역할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총장부터 고검장들까지 집단 사표를 내고, 일선 검사들이 들고 일어서는 것에 대해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이 순수하게만 받아들일까.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려고 끼리끼리 뭉쳐 대응한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오죽하면 검찰 출신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정치 수사를 통해 늘 정권의 앞잡이만 해온 검찰의 자업자득”이라고 일갈했겠는가.

끼리끼리라는 말은 특권, 파벌, 패거리를 연상시킨다. 이들은 외부의 간섭이나 공격에 똘똘 뭉쳐 죽기살기식으로 대응한다. 기득권을 빼앗길 수 있고, 자칫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날까 두려워서다. 대한민국에선 지금 가장 힘 있는 정치권, 검찰 등에서 이런 끼리끼리 행태가 팽배하다. 말로는 한결같이 국민을 외치면서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 국민이 안중에나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잖아도 코로나에 지칠 대로 지친 국민은 요즘 이런 상황을 보자니 짜증스럽고 화가 난다. 앞으로 10여일이 지나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국민이 더 이상 절망감에 빠져들지 않고 기대와 희망을 품도록 정치권이 변화하길 기대한다. 정말 조금이라도 국민을 생각한다면 최소한 그 지독한 끼리끼리 행태에서부터 벗어나길.

오종석 논설위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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