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댓글이 진짜 여론일까

국민일보

[데스크시각] 댓글이 진짜 여론일까

김나래 온라인뉴스부장

입력 2022-04-27 04:02

최근 만난 50대 초반의 대기업 임원 A씨는 종종 포털 뉴스에 댓글을 단다고 했다. 뉴스를 읽다 너무 화가 나서 자기 의견을 표출하고 싶을 때, 조용히 댓글창을 연다. 회사에서 업무 외에 정치나 사회 현안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건 위험한 일이다. 그렇다고 20~30대 직원들처럼 마음 편히 활동할 커뮤니티도 없다. 그런 A씨에게 포털 뉴스 댓글창은 자유롭게 생각을 쏟아내고, 자기 의견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를 파악하고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과 다름없다.

실제로 국민일보가 최근 3년간 국내 1위 포털 네이버의 댓글 사용자 관련 통계를 분석해본 결과 댓글을 가장 많이 쓰는 이들은, A씨 같은 40~50대 남성이었다. 가장 최근 데이터인 4월 25일 하루 동안의 댓글 통계만 놓고 설명하면 이렇다. 지난 월요일 하루 네이버에 올라온 댓글은 44만7001개, 댓글 작성자는 16만709명이다. 대한민국 인구가 5162만8117명이니, 0.31% 즉 1000명 중 3명이 네이버에 댓글을 썼다는 얘기다. 정치 사회 경제 분야별 뉴스마다 댓글을 쓰는 성별과 연령대는 달랐다.

뉴스 전체를 놓고 보면 댓글 10개 중 4개는 4050 남자들이 썼다. 50대 남자> 40대 남자> 60대 남자> 30대 남자> 40대 여자 순이다. 댓글 10개 중 7개는 남성이 작성했다. 그중 상당수는 컴퓨터 사용이 많은 사무직, 화이트칼라 계층이다. 20대 남성의 댓글 작성 비율은 2.7%였다. 20대 여성(1.8%), 70대 남성(1.9%), 70대 여성(0.6%)도 3%가 채 되지 않았다. 20대나 70대가 쓴 댓글을 보려면 댓글 100개를 읽어야 1~2개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댓글을 아무리 열심히 읽는다 한들 댓글에 담기지 않은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그나마 네이버의 경우 작성자 통계가 있어서 어렴풋이 짐작이라도 해본다지만 유튜브 등 다른 플랫폼과 SNS의 경우 어떤 이들이 주로 댓글을 쓰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렵다.

디지털 민주주의 시대에 많은 사람이 댓글창을 공론장으로 인식한다. 정치권에서도, 기업에서도, 정부 부처에서도 댓글을 통해 여론을 읽는다. 지난 대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캠프에서는 댓글을 통해 여론을 읽고 선거 전략을 짰다고 한다. 뉴스를 읽는 사람들 역시 댓글을 함께 읽는다. 대다수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지” 궁금해하며 댓글을 통해 답을 구한다. 하지만 이미 기울어진 댓글 공론장의 지형을 세심히 살피며 댓글을 알아서 거르며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 큰 문제는 댓글에 담기지 못한 사람들의 목소리다. 이들의 목소리는 어디에서 들어야 할까. 온라인에 접속해 댓글창을 여는 것이 쉽지 않은 사람들의 생각은 어떻게 확인할까. 아무리 한국이 공공 와이파이 설치가 잘 돼 있고 인구별 기기 보급수가 높은 디지털 사회라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인터넷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존재한다. 몸이 아픈 노인들, 취약 계층의 10대 청소년들, 하루 종일 현장에서 일하는 육체노동자들, 자녀 양육과 교육으로 자기만의 시간을 따로 내기 어려운 사람들까지 다양하다. 어쩌면 이미 댓글창에서 우위를 점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크면 클수록 이들의 목소리를 더욱 듣기 어려운 시대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댓글에 담기지 못한 목소리를 생각해야 한다. 1인 1보이스 원칙이 무너져 내린 현실을 제대로 볼 필요가 있다. 정치인들이 진보와 보수 성향이 분명하게 나뉜 포털 뉴스 댓글창과 지지자들이 상주하는 커뮤니티 댓글이 국민 여론인 것처럼 해왔던 정치도 이제 그만 끝낼 때가 됐다.

김나래 온라인뉴스부장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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