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마음 면역을 위한 생각 백신

국민일보

[바이블시론] 마음 면역을 위한 생각 백신

유은정 서초좋은의원 원장

입력 2022-05-13 04:08

정신과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야기는 상처다. 교통사고가 내 잘못이 없어도 날 수 있듯이 나를 상처 주는 사람은 있다. 상처는 마음이 단단하지 않을 때 더 잘 받게 된다. 단단한 마음은 마인드 피트니스(mind fitness)라는 개념으로 체력, 근력, 유연성을 포함한다. 체력이란 기본적인 마음력, 즉 심리적 에너지다. 여유가 없고 바쁘며 스트레스를 잘 받는 사람은 마치 휴대전화가 방전돼 깜빡거리듯 마음의 충전이 돼 있지 못해 작은 일에도 요동하고 남의 이야기에 잘 속거나 자신의 기분에 좌지우지된다.

근력은 긍정적 에너지를 말한다. 근육운동으로 근력을 만들어야 하듯 긍정적인 생각과 감사하는 마음을 의도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염려나 후회 따위에 머무른다면 지금의 작은 행복들을 놓치기 쉽다. 그러니 당연히 긍정적 생각보다는 부정적 생각이나 이로 인한 감정들에 휘둘리게 된다. 마지막으로 요가나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유연하게 하듯 마음의 유연성이란 마음의 스트레칭을 통해 만들어진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상황을 판단해 보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역지사지’하는 마음이라면 쉽게 생기는 짜증이나 분노를 많이 줄일 수 있다. 마음력이라고 하면 자존감을 떠올리는데, 자존심과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자존심이 센 사람들 중에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종종 있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들 중에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자존심은 자기 스스로를 높이 평가하고 부풀리지만 자존감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는 마음이다. 자존감은 주로 성취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존재 자체에 대한 긍정을 말한다. 완벽주의와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들여다보면 낮은 자존감이 있는데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주로 생긴다. ‘나의 나 됨’, 그리고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자존감이다.

상처가 나면 극복하기 쉽지 않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는 정신적 외상이 상처로 남아 ‘딱쟁이’가 생겨서 시간이 지나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부모로부터 비롯된 상처는 지우기 힘들 때가 많다.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서 부모를 바꿀 수 없듯 상처를 주지 않는 완벽한 부모는 없다. 외환위기 때와 같은 경제적 어려움이나 언어적, 육체적 학대를 당한 분들은 과거에 매여 상처를 반복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 점에서 내가 하나님의 자녀이고,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받으며, 내 상황과는 관계없이 내가 소중하다는 것을 근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성취와 행위에 집중하느라 완벽주의와 인정 욕구에 시달리지 않는다. 그러면 결국 상처받을 일도 줄어들고, 상처 때문에 낮아진 자존감으로 고통받을 일도 줄어든다.

성경에는 상처받은 인물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대표적으로 구약의 요셉이 있다. 부모와 형제에게 버려진 상처인데 이를 극복하고 시간이 흘러 그들을 용서하는 단계에 이르고 결국 이집트의 총리가 된다. 그리고 유혹하던 보디발 부인 때문에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까지 갔지만 원망하기보다 현실에 충실하면서 단단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 요즘 상담기법은 낮은 자존감을 마치 성적 올리듯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자존감이 낮은 것을 인정하고 그 장점을 살리자는 취지의 상담을 한다. 억지로 자존감을 끌어올리다 보면 오히려 또다시 자기 비하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단단한 마음을 위해선 마음의 백신이 필요한데 완벽주의자들의 경우 ‘80%만 일해도 괜찮다’고 하거나, ‘50%의 사람들만 나를 좋아하고 인정해도 성공이다’ 같은 생각의 백신을 맞는다면 상처를 덜 받는 단단한 마음의 면역력을 가질 수 있다.

유은정 서초좋은의원 원장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