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초창기 용감했던 여성 감독에게 보내는 찬사”

국민일보

“한국영화 초창기 용감했던 여성 감독에게 보내는 찬사”

신수원 감독·이정은 주연 ‘오마주’
60년대 여성감독 홍은원 소재
“그늘에서 빛난 사람들 이야기”

입력 2022-05-13 04:07
영화감독 지완(이정은·오른쪽)이 1960년대 활동하던 영화 편집기사 옥희(이주실)의 집에서 영사기를 돌려 옛 여성감독의 작품을 보고 있다. 준필름 제공

“엄마가 만든 영화는 제목부터 구리다”며 핀잔을 주는 아들, “언제까지 돈도 못 버는 영화를 할 거냐”며 밥이나 달라는 남편. 흥행 실패를 거듭하는 중년의 영화감독 지완(이정은)은 관객이 세 명뿐인 극장에 앉아 가슴이 답답해진다.

시나리오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던 그는 1960년대 활동하던 여성 감독 홍재원의 영화 필름을 복원하는 아르바이트를 맡게 된다. “여자가 재수 없게 편집실에 들어온다”는 소리를 듣던 시절, 홍 감독과 함께 작업하던 편집기사 옥희(이주실)를 만나며 지완은 자신의 열정을 되돌아 본다.

영화 ‘오마주’는 실제 60년대 활동했던 한국의 두 번째 여성 감독 홍은원과 그의 작품 ‘여판사’를 소재로 한 이야기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신수원(작은 사진) 감독은 장편영화 데뷔작 ‘레인보우’로 도쿄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상을, 단편영화 ‘순환선’으로 칸 영화제 카날플뤼스상을, ‘명왕성’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정곰상을 수상한 한국의 대표적 여성감독이다.

신 감독은 12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2011년 ‘여자만세’라는 MBC 특별기획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50~60년대 활동한 한국의 여성감독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이 작품을 구상했다”며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남성 중심이었던 곳에서 칼 없이 버텼던 용감한 여성 감독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스크린에 비치는 그림자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석처럼 빛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배우 이정은에 대해선 “작품을 하면서 ‘왜 이렇게 늦게 주연을 하게 됐나’ 할 정도로 이전에 보지 못한 수많은 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 테이크마다 다양한 모습들이 나와서 고르느라 편집이 오래 걸렸다”고 극찬했다.

이정은은 이번 영화로 장편에서 처음 단독 주연을 맡았다. 이정은은 “신 감독은 작은 체구에 매서운 눈초리를 가진 작은 거인이다. 현장에서 보여준 열정이 아주 뜨거워 혼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제게 격려와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연극 연출을 했는데 망한 작품이 많아 그만뒀다. 나와 동일시되는 부분이 많아 감독님이 어떤 부분을 고민하셨는지, 내가 어떻게 연기에 녹일 수 있을지 생각을 많이 했다”며 “촬영 21회차 내내 감독님과 모든 컷에 대해 심도있게 이야기하고 공감대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고 돌이켰다.

지완의 남편과 아들로 분한 권해효와 탕준상은 생활 연기로 소소한 재미를 더했다. 일상과 환상을 오가는 위트 있는 여정 속에서 여성 영화인의 삶과 영화에는 박수와 찬사를, 꿈과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겐 위로와 희망을 전한다. “끝까지 살아남아”라는 옥희의 대사는 지완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말일지 모른다.

영화는 제69회 호주 시드니영화제, 제18회 영국 글래스고영화제, 제34회 도쿄국제영화제, 제21회 트라이베카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제20회 피렌체 한국영화제에선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러닝타임은 108분, 개봉은 26일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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