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요한의 광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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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설교] 요한의 광야에서

누가복음 3장 1~6절

입력 2022-05-1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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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하면 두 가지를 생각합니다. 하나는 그가 살았던 광야입니다. 마태의 증언을 보면, 그는 유대 광야에서 기이한 생활을 했습니다. 낙타털 옷을 입고 허리에는 가죽 띠를 찼으며 메뚜기와 들꿀을 먹었습니다. 또 하나는 그가 요단강에서 베푼 세례를 떠올립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세례자 요한이라고 부릅니다. 정말 당대 세례자 요한이 아니고서는 누가 이런 삶을 살았겠습니까. 요한이 살아가야 했던 시대는 종교·사회적으로 극단적일 만큼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습니다.

요한은 본래 어떤 인물이었을까요. 요한은 당시 유대종파 중 사두개파에 속한 사독 계열의 제사장 집안인 사가랴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종교 권력의 최정점, 기득권 중의 기득권을 가진 금수저였습니다. 큰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대제사장 지위에도 오를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된 사람이었습니다. 전도유망한 미래가 놓여 있고, 광야의 거친 메뚜기와 들꿀이 아닌 제사장의 기름진 식사가 보장된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요한이 왜 유대 광야로 뛰쳐나갔을까요.

그는 정의(미쉬파트)와 공의(체다카)로 가슴이 불타던 사람이었습니다. 악당들이 통치하는 로마제국과 유대사회를 바라보면서 마음에 탄식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마 3:2) 요한은 즉시 유대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가 됐습니다. 요한은 제사장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견고한 종교 권력과 전통의 아성이던 예루살렘 성전의 체제인 제사 제도를 부정하고, 백성들에게 희생 제사 대신에 요단강에서 회개의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자신을 찾아온 성전 당국자들에게 요한은 거듭거듭 자기를 부정하면서 자기를 낮춥니다. 외치는 자의 사람도 아니고 단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한 외치는 사람의 ‘소리’라고 합니다.

오늘 저와 여러분에게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한국교회 위기의 근원은 무엇입니까. 자기를 부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성도 여러분, 진짜 우리를 놀랍게 하는 자기부정의 근원이 되시는 분이 누구일까요.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요한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 분입니다. 사도바울은 증언했습니다. 바울은 그분을 알았기에 자기 신앙고백적인 증언을 했습니다. “여러분 안에 이 마음을 품으십시오. 그것은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그는 하나님의 모습을 지니셨으나, 하나님과 동등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 그는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셔서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빌 2:5~8·새번역)

오늘 우리는 일생일대에 광야의 요한과 예수님을 다시 배우는 자가 돼야 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합시다. “나를 따라오려는 사람은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기를 지고, 나를 따라오너라.”(눅 9:23·새번역) 그렇습니다. 교회를 새롭게,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지불해야 하는 제자도의 대가가 무엇일까요. 첫 번째가 강력한 의지를 갖추고 적극적으로 자기를 거절하는 자기부정입니다. 우리도 유대 광야의 외치는 자의 소리였던 요한을 배웁시다. 아니 요한을 넘어서서 허물과 죄로 죽었던 우리를 하나님 아버지와 화목하게 하시기 위해 자기를 부정하고 자기 생명을 대속물로 내어주신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를 배우는 자로 다시 출발합시다. 그럴 때 교회가 새롭게 됩니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박은호 목사(서울 정릉교회)

◇박은호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 서울 정릉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이 설교문은 ‘교회를 새롭게 세상을 이롭게’(대한기독교서회)에 수록된 글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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