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분수를 껴안은 공원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 분수를 껴안은 공원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입력 2022-05-18 04:06

서울 목동 파리공원을 리노베이션해 지난달 재개장했다. 한·프랑스 수교 100주년을 기념해 1987년 조성된 공원이니 35년 만의 재조성이었다. 오래된 공원은 시설이 낡기보다 이용이 낡아진다. 나무는 자라 하늘에 닿고 시설은 그 자리 그대로 쇠하지만, 익숙한 이용 방식은 고정관념처럼 낡아진다. 크게 바꾼 건 분수였다. 기존 분수는 30~60㎝ 깊이로 물을 채워둔 연못 안에 있었다. 더위를 피해 성급한 어린이들이 뛰어들었다가 관리인 제지에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연못 바닥을 높이고 물 깊이를 3~5㎝로 낮춰 언제든 누구나 들어가 즐기도록 바꿨다. 어두운 색조의 바닥에 얕은 물을 채워 하늘과 풍경이 물에 비치는 거울연못이 됐다. 연못 한쪽에 바닥분수를, 다른 한쪽엔 음악분수를 만들었다.

분수를 떠올리면 거리나 광장, 강이나 호수를 기억한다. 로마 트레비분수처럼 멋진 조각이 어우러진 모습이거나 호수공원의 고사분수 같은 유려한 물줄기를 떠올린다. 물은 바라보는 대상이지 접촉하는 대상은 아니었다. 2004년 서울광장에 바닥분수가 설치되면서 분수가 경관시설에서 물놀이시설로 바뀌었음을 알렸다. 같은 해 런던 하이드파크에 만들어진 ‘다이애나비 추모분수’는 공원 분수 중 가장 유명한데, 미국 조경가 캐서린 구스타프슨이 설계했다. 솟아오르는 물줄기 없이 타원형 목걸이처럼 눕힌 돌수로를 흘러 도는 물과 그 위로 스스럼없이 올라가 즐기는 런더너와 어린이들이 인상적이다. 이용자 눈높이는 아름다움은 기본이고, 몸과 어떤 방식이든 접촉되기를 원하는 단계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기에 본능적으로 끌린다. 연못과 분수에 어린이만 뛰어들고 싶은 게 아니다. 어른도 마찬가지여서 어린이를 돌보는 척 끼어든다. 두터운 나무 그늘로도 이 여름을 버틸 순 있겠지만 분수를 껴안은 공원이 여름에 더 빛나는 이유다. 무더운 여름이 미리 두렵다면, 분수가 빛나는 공원을 주변에서 찾아두거나 아니면 당당히 요구하시길.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