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혼이라도 덜 놓치기 위해 병든 마음 어루만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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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혼이라도 덜 놓치기 위해 병든 마음 어루만져요”

정신질환자 사회 복귀 돕는 헤세드하우스 시설장 유선희 목사

입력 2022-05-2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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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들의 치료와 재활을 돕고 있는 유선희 목사가 지난 13일 경기도 포천 헤세드하우스에서 중독의 폐해와 회복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의 헤세드하우스(시설장 유선희 목사). 2층 짜리 주택 옆 천막 작업장에선 밭 작물 지지대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한 사람은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 다른 한 명은 알코올 중독 환자였다. 둘 다 작업하는 손놀림이 능숙해 보였다.

헤세드하우스는 정신질환자들의 사회 복귀를 돕는 재활시설이다. 유선희(60) 목사가 6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조현병 환자와 조울증 같은 기분장애 환자, 알코올 중독자 등 6명이 입소해 머물고 있다.

유 목사는 남편과 함께 이들을 24시간 돌본다. 남성도 아닌 여성 목회자가, 회갑이 된 나이에, 도시도 아닌 시골에서, 일반인도 아닌 정신 질환자들을 대상으로 특수 목회를 펼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의 사역 이야기가 궁금했다.

“어머니는 제가 아홉 살때부터 28년 동안 조현병을 앓으셨어요. 제 나이 서른 즈음에 기도했지요. ‘하나님, 어머니 병을 낫게 해주시면 마음이 아픈 분들에게 제 삶을 헌신하겠습니다’라고요.” 어머니 병은 호전됐고, 그의 서원 기도는 현실이 됐다. 지금 그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30대 후반에 목사 안수를 받은 유 목사는 차근차근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사역을 준비했다. 사회복지사 1급, 전문요원 2급에 이어 총 6년의 수련기관 근무와 자격시험을 거쳐 2014년 ‘정신건강전문요원 1급’ 자격증을 손에 쥐었다. 이후 그는 강화도에 있는 한 정신병원에 취업했다. 기독교 병원이 아닌 일반 병원이었는데 그는 그곳에 교회가 세워지길 원했다.

“예수님은 한 영혼이 천하보다 더 귀하다고 하셨잖아요. 정신질환자들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했지요.” 유 목사는 입사하자마자 병원장과 의료진들을 설득한 끝에 병원 안에 교회를 세웠다. 일일이 병실을 다니면서 환우들에게 같이 예배를 드리자고 권유했다. 환우들이 끊임없이 모이기 시작했다. 주일·수요예배 각각 매주 50명 넘게 찾아왔다.

찬양 사역팀 초청 같은 특별 행사 땐 100명 가까이 모여들었다. 200여명이 입원한 병원에서 거둔 커다란 열매였다. 이 광경에 감동한 의료진은 교회에 빔프로젝터와 카페트를 기증하기도 했다.

유 목사는 사역지를 옮겨 서울 강북구와 경기도 포천의 정신병원에서 원목으로 한동안 섬겼다. 퇴원한 환자들의 삶은 도돌이표 같았다. 세상과 등지기 일쑤였다.

“당시 서울 구로동에 있던 제 집을 편하게 간 적이 없어요. 서울역 청량리역 영등포역에서 노숙하는 퇴원 환자들을 살펴야 했거든요. 아픈 노숙인은 곧바로 응급실로 데려갔어요. 중환자실에 들어간 환자들은 어김없이 하나님 곁으로 갔습니다.”

그는 독립된 공간에서 환자를 품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살던 서울 아파트를 팔아 지금 이곳으로 와 헤세드하우스를 지었다. 그때가 2016년 봄이었다. 이곳에서는 입소자들이 자신의 질병을 관리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둔다. 또 정기적인 자조모임을 통해 회복 의지를 다지도록 돕는다. 환우들은 함께 마트와 병원, 은행에 가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술과 생활방식도 익힌다.

헤세드하우스 재활 작업장에서 증상이 호전된 환자들이 밭 작물 지지대를 만들고 있는 모습.

증상이 개선된 환자는 소일거리 등 작업을 하면서 사회복귀를 준비한다. 유 목사는 이들의 치료를 위해 상담과 재활 훈련도 맡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들이 여성 목회자가 감당하기엔 고상하지만은 않다. 간혹 발생하는 폭력적인 행동들을 제지해야 하고, “누가 날 죽이려 하고 있다”며 발작하는 이들에겐 약도 먹이고 안정시켜야 한다. 유 목사는 “예전엔 밝고 명랑한 성격이었는데 매일 환자들을 대하니까 인상이 우울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교회 사역보다는 감정이 좀 다운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기독교계 편견이 예전보다 줄었지만 아직도 여전하다는 데 안타까워했다. 알콜 중독자를 보는 시선은 훨씬 더 차갑다고 했다. 중독을 탈피하기 위한 첫걸음은 뭘까.

“예수님을 영접하기 전 스스로 죄인임을 인정하는 것처럼 ‘나는 술을 이길 수 없다’는 고백이 우선입니다. 또 중독 증세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을 정직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야 영적으로 각성하며 술을 이겨내려는 노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알콜 중독 환우들이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은 우리가 주님 안에서 성화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그는 8년 전쯤 알콜 중독에 시달리는 한 노숙인을 ‘양아들’로 삼았다. “성경을 필사하고 끊임없이 기도하면서 중독을 이겨내려 애를 썼는데…. 지난달 마흔 여덟 나이에 하늘 나라로 떠났어요.” 병원과 노숙 생활을 반복하던 양아들은 술의 유혹을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유 목사는 양아들 죽음을 계기로 본질에 집중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동안 시설을 운영하면서 정부 평가니, 이런 저런 프로그램에 마음이 쏠렸던 것 같아요. 이제는 환자 마음을 깊이 어루만지는 사람이고 싶어요. ‘한 영혼이라도 전도하자’보다는 ‘한 영혼이라도 덜 놓치자’는 겁니다. 하나님 마음을 품으면서 덜 잃으려고 합니다.”

포천=글·사진 서은정 박이삭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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