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 관계

국민일보

[한반도포커스]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 관계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입력 2022-05-23 04:02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윤석열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의 기반을 마련했다. 먼저 국가 기본 목표인 국가안보를 강화했다. 금년 들어서만 16차례의 각종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전술핵 실전 능력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핵 억제 보장이 상당 부분 보강됐다.

확장억제의 보장 수단으로 핵·재래식무기·미사일 방어가 구체적으로 기술됐고, 한반도 안팎에서 핵 공격 대비를 포함한 한·미 연합훈련의 규모 확대와 미 전략자산의 적시 전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그리고 억지력 강화 추가 조치 모색이 합의됐다. 양 정상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포기를 촉구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를 촉구하면서도 대화와 남북 협력의 문을 열어놓았고, 북한 인권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인도적 지원도 제안했다.

경제안보 강화도 주목받았다. 행정·정책 조율을 위한 국가안보실 간 경제안보 대화와 반도체·배터리 등의 탄력적 공급망 확보를 논의하는 장관급 대화 구축, 소형모듈원자로 공동 개발과 수출 등 원자력 협력이 구체적으로 약속됐다. 핵심 신흥 기술, 사이버 안보, 에너지와 우주 협력, 방위산업 자유무역협정(FTA) 협의 개시가 합의되고 외환시장 동향에 대한 긴밀한 협의 필요성도 공유됐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의 인태(인도·태평양) 전략을 환영하고, 쿼드와 연계한 한국판 인태 전략 작성을 예고했으며, 미국이 주도하는 인태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창립 회원으로 참여함으로써 미·중 간 전략적 모호성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기후, 보건, 민주주의, 우크라이나 사태 등과 관련해 국제 평화를 위한 책임과 협력을 포함해 양국 관계는 안보동맹에서 경제동맹을 거쳐 평화 및 가치와 기술동맹을 맺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했고, 한국은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중추국가를 표방하게 됐다.

우호적인 한·중 관계 관리는 과제로 남았다. 물론 정부는 사전 정지작업을 해왔다. 먼저 정부는 IPEF 참여는 반중 연대에 동참하는 것이 아니라 급변하는 국제 시장 환경에서 국익에 입각해 좋은 조건으로 적응하기 위한 결정임을 강조해 왔다. 이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국제 공급망 재편과 기술 표준 설정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내린 불가피한 주권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자유와 인권을 강조하지만, 이번 공동성명에서는 중국의 인권 문제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단지 ‘아태 지역의 인권 상황에 대한 상호 우려를 공유’했다고 기술했다. IPEF도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의 원칙에 기초해 협력한다’고 명기해 중국을 배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불공정 행위를 취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먼저 한·미 양국은 중국보다 우월한 국력을 가진 미국이 이를 어떻게 막아주고 보상해 줄 것인지를 협의해야 한다. IPEF 참여가 우리의 이득이므로 홀로 남아 훗날 참여하려 할 경우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것보다는 창립 회원으로 참여해 다른 회원국과 공동 대응하는 게 더 낫다는 점을 국민에게 홍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한국의 대중 무역 및 공급 의존이 과대하므로 공급망 및 무역 다변화 노력을 계속 펼치면서 최고의 첨단 기술력 유지·발전에 주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중국이 주도하는 메가 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도 가입하고 동북아인프라투자은행 및 일대일로 사업과도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데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의 대외 정책은 세계 평화 및 공동 번영 증진을 위한 협력 외교임을 설득해 중국의 부당 행위를 막고 상호 존중과 호혜적 한·중 관계 발전도 이뤄가야 할 것이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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