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 돌로로사 감동 느끼려면 지금 떠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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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열린 성지 이스라엘] <하> 팬데믹 이전 성지순례와는 다르다

입력 2022-05-2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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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객들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예수 수난의 길, 비아 돌로로사의 한적한 거리를 걷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인파로 가득했던 거리의 상점도 거의 문을 닫았다.

성지 가이드 30년 경력의 이강근(유대학연구소 소장) 목사는 최근 재개된 성지순례를 위해 숙소와 식당, 버스 등을 예약하는 과정에서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이전과 모든 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2년 넘도록 성지를 찾는 전 세계 순례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생명선처럼 연결돼 있던 성지 ‘생태계’가 크게 위축된 것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동예루살렘의 성 조지호텔에서 만난 이 목사는 “코로나 이전 단체팀이 숙박하던 호텔들의 가동률이 30% 수준에 그치고 있고, 아예 사라졌거나 개보수를 하는 곳도 적지 않아 숙소 예약부터 난관”이라면서 “입장료와 식사비, 갈릴리호수의 뱃삯을 비롯해 각종 팁까지 모두 올랐고 심지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버스 연료인 디젤유 가격까지 급등해 정해진 예산 안에서 지출 계획을 짜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 리터당 6세겔(2269원) 하던 디젤유 가격은 7.5세겔(2648원)을 넘어섰다. 게다가 수십 년 동안 변동이 없던 각종 기념품 가격도 품목에 따라 두 배 가까이 오르는 등 성지 주변 거리의 물가까지 출렁이고 있다.

성지순례를 준비하는 교회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7일부터 오는 27일까지 11일 동안 이스라엘 성지순례에 나선 서울 연동교회(김주용 목사) 권사회도 준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팀을 인솔한 박요한 부목사는 “그동안 여덟 차례 정도 성지 순례팀을 인솔한 경험이 있는데 이번처럼 변수가 많았던 적이 없었다”면서 “이스라엘 현지 사정이 수시로 변해 예산이 계속 증액됐고 그때마다 팀원들에게 변한 상황을 설명하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교회는 왕복 코로나 PCR 검사 비용까지 추가하면서 최종 예산이 코로나 이전에 비해 20%가량 늘었다.

다만 21일부터 이스라엘은 입국 전 PCR 검사 결과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도록 방역 수칙을 수정했다. 우리나라도 23일부터 PCR 검사 대신 신속항원검사 음성 판정만으로도 입국할 수 있도록 절차를 완화했다. 대신 자가키트를 활용한 ‘셀프 검사’는 인정되지 않고 전문가에 의한 검사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성지순례 현장도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코로나 이전엔 수많은 순례객 인파로 서로 어깨를 부딪히지 않고 걷는 게 어려웠다면 지금은 한적한 편이다. 순례객을 상대로 기념품을 팔던 상점들도 아직 정상화되지 못했다.

이날 오후 비아 돌로로사를 방문한 김인혜(67) 연동교회 권사는 “2019년 비아 돌로로사에 왔었는데 그때는 예수님의 고난을 느낄 새도 없이 인파에 치여 감동이 깨졌던 기억이 난다”면서 “하지만 오늘은 순례객 수가 적어 예수님의 십자가 길을 묵상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고난의 길’로 불리는 비아 돌로로사는 본디오 빌라도의 법정에서 골고다 언덕(성묘교회)에 이르는 예수 십자가 수난의 길을 말한다.

이 목사는 “내년 2월은 돼야 성지의 전반적인 상황이 코로나 이전 대비 90%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다만 이미 성지순례 준비를 시작한 교회는 연기하거나 취소하지 말고 정한 날짜에 예정대로 출국하는 것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은 여러 상황이 불편하지만 순례객 수는 적어 어느 때보다 여유롭게 성지를 돌아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예루살렘(이스라엘)=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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