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 시급하다

국민일보

[기고]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 시급하다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

입력 2022-05-26 04:02

대한민국은 곧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을 정도로 빠른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이어지며 소비 구조나 제도 등에서 사회경제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초래했다.

2008년 외국에 부모님을 버리고 귀국한 자녀 사건이 보도되자 정부는 대책을 세웠다. 문제 원인이 고령화임을 파악하고 장기요양보험제도를 시행해 요양원 모델을 만들었다. 돌봄 문제가 중요하기에 요양보호사를 양성해 요양원에 간병 기능을 추가했다. 장기 요양등급을 받으면 월 60만~70만원 정도로 부모님을 모시게 된 것이다.

정부는 미국 너싱홈(Nursing home·요양원) 제도를 벤치마킹해 요양병원 제도도 정비했다. 그런데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일당 정액제(포괄수가제) 시스템을 만들었다. 의료 행위에 대한 고려 없이 환자 치료에 들어가는 자원 소모량을 바탕으로 7개 등급에 따른 수가를 설계한 것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일당 정액제하에서 요양병원은 치료할수록 적자다. 약값도 병원이 부담한다. 등급이 높은 환자를 입원시켜 최소한의 치료를 하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의사가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손해를 보니 그럴 수 없다. 경영자는 수익에 민감하다. 직원 급여나 재투자 등을 생각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간병이다. 요양병원 간병 부담은 오롯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가된다. 병원비 60만원에 공동 간병비 60만원을 추가하면 요양원 비용의 2배다. 의료 서비스가 필요해도 부담이 적은 요양원에 모시는 일이 생기는 이유다. 요양병원이 늘자 간병비 할인 경쟁이 펼쳐진다. 간병비가 30만원으로 할인되면 간병인 1명이 환자 10명이나 12명을 돌본다. 질적 저하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요양병원 간병제도는 합법도 불법도 아니다. 규정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환자 보호자와 간병인 간 사적 계약으로 운영된다. 그러니 병원에서 간병인을 관리·감독·교육할 수 없다. 하루 24시간 365일 같은 병실에서 생활하는 간병인의 인권은 어디에도 없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인데 힘들고 지치니 제대로 된 간병은 요원하다.

필자는 코로나19 비대면 진료를 한다. 어느 병원인지 묻는 환자들이 있다. “카네이션요양병원입니다”라고 하면 “요양병원에서 왜 진료를 하느냐”고 묻는다. 요양병원은 저질이란 인식이 있는 것이다. 요양병원에도 전문의와 간호사,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의무기록사, 영양사 등 다수 직종의 전문가들이 근무하는데 왜 쓰레기 취급을 받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문제는 요양병원 자체가 아니라 간병제도가 누락된 초기 요양병원 설계 탓이다. 새 제도는 비용을 낮춰 효율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요양병원의 지속 가능성이 보장된다. 환자와 보호자도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가 담보돼야 안심할 수 있다. 간병 급여화를 통해 120만 유휴 요양보호사를 채용하면 건강한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공공근로보다 실질적이다.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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