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루나 폭락, 수사가 궁금하다

국민일보

[세상만사] 루나 폭락, 수사가 궁금하다

권기석 경제부 차장

입력 2022-05-27 04:08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부활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수단의 1호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므로 잘잘못을 가리는 일이 필요하지만 수사는 쉽지 않아 보인다.

먼저 수사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은 알고리즘으로 유지되던 한 쌍의 암호화폐가 단기간에 폭락했다는 것이다. 일주일 사이 시가총액 57조원이 증발했다. 수사를 하려면 가격 폭락을 이끈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이게 불분명하다. 현재로서는 테라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루나를 매입하고 소각하는 알고리즘이 처음부터 문제였다는 ‘구조적 책임론’과 특정 세력이 그 허점을 노리고 대거 공매도에 나서 사달이 났다는 ‘시세 조작론’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둘 다 실체 규명이 어려워 보인다.

알고리즘의 결정적 허점을 밝혀낸다고 해도 알고리즘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테라·루나는 폭락 사태 전까지만 해도 제도권 거래소에서 멀쩡하게 거래되고 있었다. 사태 발생 전 알고리즘은 범죄 원인이 아니고, 사태 이후의 알고리즘은 범죄 원인인가. 범인이 알고리즘이면 어떤 법 위반을 적용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테라를 맡기면 연 20%에 가까운 이자를 주는 시스템을 문제로 지적한다. 후발 투자자들이 계속 들어와서 이자 지급에 필요한 돈을 투자해야 시스템이 유지되는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라는 것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보상 시스템의 사기성이 농후하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수사의 초점은 가격이 폭락한 원인이다. 연 20% 이자 시스템이 어떻게 두 암호화폐의 폭락을 이끌었는지 연결고리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누구를 수사할 것인지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테라·루나의 설계자 권도형씨를 소환하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만 싱가포르에 있다는 그는 현지에서도 행방을 알 수 없다고 한다. 국내로 소환해도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정도다. 투자자를 속일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면 수사는 진척을 보이기 어려울 게다. 검찰이 폭락 원인의 무게를 ‘시세 조작론’에 둔다면 대량 매도로 가격을 떨어뜨린 세력을 찾아야 한다. 전 세계 어느 곳에 있을지 모르는 이들을 찾아내 조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수사는 제대로, 정밀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수사는 암호화폐 가격 폭락에 대한 첫 수사라는 의미가 있다. 새로운 기술과 욕망이 얽혀 있는 이 시장은 남의 주머니를 노린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곳이다. 암호화폐 범죄는 반드시 적발되고 범인은 처벌받는다는 강한 경고음을 시장에 울려야 한다. 루나 폭락 사태로 황당하게 손해 본 사람이 있다면 그 반대편에는 부당한 이득을 본 ‘나쁜 놈’이 존재할 것이다. ‘검찰은 나쁜 놈들 잘 잡으면 된다’는 법무장관 말이 지켜지길 바란다.

암호화폐 시장 혼란의 근원은 이를 바라보는 여러 시각이 너무 다르다는 데 있다. 최근 인터뷰한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암호화폐를 일종의 ‘프로젝트’로, 투자를 ‘펀딩’으로 표현했다. 루나 폭락 사태도 “다양한 시도 중 하나가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대부분 투자자는 암호화폐를 자산 일부로 생각하지 미래 기술 실험에 돈을 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한편에서는 ‘암호화폐는 아무 가치가 없다’(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무시론이 있고, 현재 상당수 거래는 소유권을 진짜 블록체인에 이전하지 않으므로 진짜 거래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어떤 말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 수사가 판단 기준을 제공하길 바란다.

권기석 경제부 차장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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