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 칼럼] 무소불위 법무부와 ‘왕장관’

국민일보

[박정태 칼럼] 무소불위 법무부와 ‘왕장관’

입력 2022-05-31 04:20

공직자 인사검증 맡을 관리단
한동훈 장관 아래 신설되면
막강한 힘 보유…대법관 헌재
재판관도 대상이라 논란 확산

尹대통령, 고유 권한을 가진
총리 직속 인사혁신처 산하에
두면 되는데 법무부 이관 고집

현 정부 인사라인 검찰 출신
장악해 정보 독점 폐해 가능성
권력 분산 및 견제와 균형 원리
어긋나 검찰 공화국 회귀 우려


무소불위 검찰에 이어 무소불위 부처가 탄생할 모양이다. 바로 공룡 법무부다. 한동훈 장관 직속으로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해 공직 후보자 인사검증을 담당하도록 하는 게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인사검증을 수행했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는 대신 그 기능을 법무부에 맡기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밑그림은 인사혁신처장 고유의 인사검증 권한을 기존 대통령비서실장 외에 법무부 장관에게 위탁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면서 그려졌다. 속전속결의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개정안은 지난 27일 차관회의까지 통과했다.

정보는 권력이다. 내밀한 개인 신상을 비롯해 온갖 정보를 보유하면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된다. 그걸 한 장관이 틀어쥐게 됐다. 알다시피 한 장관은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현 정부 최고 실세다. 그런 그가 직접 수사권이 있는 검찰을 관할하면서 공직자 인사검증 권한까지 거머쥐게 됐으니 논란의 소지가 클 수밖에 없다. 법무부 장관이면서 민정수석 역할을 겸하는 것과 진배없다. 타 부처 장관은 물론 국무총리까지 검증 대상이다. 정권의 실질적 2인자, ‘소통령’ ‘왕장관’이란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야당은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한동훈 법무부가 21세기 빅브라더가 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윤 대통령은 “대통령비서실에서 정책을 중심으로 해야지, 어떤 사람에 대한 비위나 정보를 캐는 것은 안 하는 게 맞다”며 “사정은 사정기관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직자로서의 적합성을 여러 정보로 판단하는 인사검증과 비리 의혹을 규명하는 사정은 성격이 판이하다. 윤 대통령의 언급은 적절치 않다. 윤 대통령은 인사검증을 총리실이 아닌 법무부가 왜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도 명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미국이 그렇게 한다고 답했다. 한데 미국은 법무부 산하이긴 해도 독립 조직인 연방수사국(FBI)에서 인사검증을 맡고 있다. 본질적으로 우리와 차원이 다르다.

축적된 인사 정보의 오남용과 수사 자료 활용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법무부가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지만 우려를 불식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법무부가 해명하는 관리단 운영 방안은 이렇다. 장관이 중간보고를 받지 않기로 했다, 정보가 사정 업무에 이용되지 않도록 ‘차이니스 월’(부서 간 정보 교류 차단막)을 친다,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사무실도 제3의 장소에 설치할 방침이다 등등. 이같이 운영할 거라면 총리 직속의 인사혁신처에 이 조직을 두면 된다. 인사혁신처야말로 공직 후보자 정보 수집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게 더 합리적이고 합법적이다. 법무부는 정부조직법상 인사검증 권한도 없다. 위법 논란까지 빚으면서 일개 행정부처인 법무부에 두는 걸 고집할 일이 아니다.

이미 윤석열정부의 인사 라인은 검찰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이 대통령실의 인사 추천과 최종 검증 작업을 담당한다. 1차 검증 실무를 맡을 20명 규모의 관리단에도 검사 4명까지 들어갈 수 있다. 단장에 비검찰 출신이 임명된다 해도 핵심인 인사정보1담당관(사회 분야)은 검사가 맡는다. 벌써부터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의 누가 접수할 거라는 하마평이 무성하다. 이는 인사의 모든 과정을 전현직 검찰이라는 특정 직역이 독점한다는 얘기다. 검경은 물론 국방부·국가정보원·감사원 소속 공무원도 충원받을 수 있어 여러 기관의 관련 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다. 공직사회가 정권에 충성하도록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등 사법부 최고위직 후보자들이 검사의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도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사법부 독립성이 침해받을 수 있다.

권한 비대화 비판에 대해 한 장관은 어제 기자들과 만나 “과거 정치 권력의 내밀한 비밀 업무라는 영역에서 감시받는 통상 업무로 전환되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반박했다. 물론 운영 과정의 투명성이 담보된다면 좀 낫겠지만 인사검증 영역이라는 게 꼭 그렇게 되지 않는다. 검찰 출신들의 정보 독점 폐해가 더 클 수 있다. 검찰의 영향력도 극대화될 것이다. 그럼에도 윤석열정부는 밀어붙일 것이다. 오늘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켜 관리단을 기어이 출범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민정수석실 폐지 취지인 권력 분산에 역행하는 일이다. 민주주의 정치 원리인 견제와 균형에도 어긋난다. 검찰 공화국으로의 회귀가 심히 우려된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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