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욱 칼럼] 개딸과 양아들에 포획된 민주당

국민일보

[고승욱 칼럼] 개딸과 양아들에 포획된 민주당

입력 2022-06-08 04:20

지방선거 참패 후 난리가 난 민주당 모습은 이해할 수 없어
공감 능력이 극도로 퇴화된 탓
반론 봉쇄되고 궤변만 난무해 강성 지지층 제외한
누구와도 정상적 대화가 불가능한 실정
문파를 거쳐 개딸과 양아들로 대표되는
극렬 지지자들에게 계속 휘둘린다면 미래 없어

6·1 지방선거 결과에 더불어민주당이 깜짝 놀라는 것을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 설마 이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을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질 건 알았지만 이렇게 크게 질 줄 몰랐다는 말도 이상하다. 경기도를 지켰으니 선거 전 예측과 달리 크게 졌다고 말하는 것도 딱 맞는 표현은 아니다. 오히려 선방인데 지금 민주당은 난리가 났다. 큰일 난 것을 이제 알았다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경기·충청에서 모두 이기고, 강원도 박빙에, 서울·인천에서 아쉬운 고배를 예상했다는 것인가. 아니면 역사의 수레바퀴를 생각해 강원도만큼은 질 수 없었다는 뜻인가. 촘촘한 여론조사를 토대로 정밀한 분석과 예측이 있었을 텐데 선거 후 민주당의 모습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국회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당원이 정치적 시늉이나 과장 없이 이럴 줄 몰랐다고 했다면 공감 능력이 극도로 퇴화됐다는 뜻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전후해 청와대와 당시 새누리당이 그랬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어떤 일이 터져도 상식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유체이탈 화법, 외계어라는 유행어는 그래서 나왔다. 국회에서 굿판을 벌여 놓고 반발이 쏟아지자 그 자리를 만든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학술대회인줄 알았다”고 해명하는 식이었다. 누구나 거짓인지 알지만 권력을 쥐지 않고는 거짓이라고 증명할 수 없는 현실을 조롱하는 오만한 말이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이론가가 검찰 수사에 대비해 증거물을 은닉한 행위를 증거보전이라고 강변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보면 같은 말이다.

민주당은 4·15 총선 전 비례 위성정당을 만든 데 이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선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도 합리화하는 궤변을 쏟아냈다. 문제는 그 오만한 궤변이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 공감을 얻었다는 데 있다. 민주당을 향한 진심 어린 걱정도 궤변을 반박한 것이라면 반(反)개혁 세력의 음모에 불과했다. 언론을 포함해 외부 인사한테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당내 의사 통로까지 막혀 반론은 철저히 봉쇄됐다. 이러니 강성 지지층을 제외한 누구와도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했다. 과거 아스팔트 보수에 기대 내달렸던 친박을 빼다박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개혁의 이름으로 억지와 궤변을 계속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집권한 지난 5년은 어설픈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과정이었다. 선거 개혁은 위성정당으로, 검찰 개혁은 대책 없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끝났다. 부동산 개혁의 결론은 최악의 집값 폭등이었다. 길을 잘 모르는 산행대장이 대충 방향만 가늠해 산을 오르다가 “이 산이 아닌가 봐”라고 말하는 꼴이다. 그런데 그 길로 가면 안 된다는 말조차 못하고 있었다.

현대 정치에서 정당은 이해관계가 상이한 개인과 집단을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움직이도록 묶어두는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정당을 만들지만 곧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속도와 방법에서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국내외 환경이 바뀌거나 다른 목표가 생기면 정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조차 동거할 수밖에 없다. 도저히 못 참으면 새로운 당을 만들어 갈라서겠지만 계속 동거하겠다면 치열한 노선 싸움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 정당이 그런 모습이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었다 해도 정강정책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선명했던 지역 구도는 조금씩 허물어지는 과정에 있다. 군사 쿠데타 이후 독재자가 급조한 여당과 민주화운동의 구심점이 됐던 야당이라는 한국 특유의 정당 구도는 지역 구도보다 더 빨리 소멸하고 있다.

이런 구도에서 선거는 정당이 합리적인 중도층을 얼마만큼 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피라미드를 높이려면 바닥을 넓혀야 하는 것처럼 이념적 지향점을 선명하게 세우려면 다양하고 폭넓은 지지자가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태극기 부대로 대표되는 극우 성향의 강성 지지자와 결별하고 중도 보수층을 붙잡는 데 주력했다. 아직은 성과를 알 수 없는 ‘서진정책’도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려는 시도다. 그런데 민주당은 여전히 문파를 거쳐 개딸과 양아들로 대표되는 강성 지지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대표하는 집단과 사용하는 언어는 회사일을 마치고 정치를 화제로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평범한 직장인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언제까지 이들에게 휘둘리기만 할지 답답하다.

고승욱 논설위원 swk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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