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3중고(苦) 한국 외교

국민일보

[한반도포커스] 3중고(苦) 한국 외교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입력 2022-06-20 04:08

한국의 외교안보가 미·중 경쟁 격화,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 등 3중고에 처해 있다. 파생되는 어려움을 더하면 10중고 이상이다. 미국과의 군사안보 협력 강화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에 대한 중국의 불만 표출 가능성,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공급망 경색, 물가 상승, 금융 불안, 독일과 일본의 획기적인 국방비 증액과 서유럽 중립국들의 나토 가입 동향 등 신냉전질서 형성 동향, 한국의 대러 제재에 따른 한·러 관계 침체, 북·중·러 유대 강화 등이다. 당면한 가장 심각한 난관은 올해 들어 19차례나 연속 도발해온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더해 “전쟁 억지뿐 아니라 국가 기본이익 수호와 전투력 유지를 위해 전쟁 초에 핵 공격을 불사하겠다”는 핵 위협이다.

먼저 한국 경제의 주축인 반도체, 배터리 등에서 첨단기술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IPEF에 참여하고, 모든 대화 제의를 거절한 채 도발을 강행하는 북한에 대화의 문은 열어놓고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도발 시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현 상황에서의 합리적, 주권적 선택으로 보인다.

나라를 지키고 국민 안위를 책임지는 안보가 최우선이므로 군은 한 치의 빈틈없는 대비 태세를 견지하고, 북한 최고지도부가 생명을 담보하지 않고는 우리를 핵으로 공격할 엄두를 못 낼 만큼 군사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북한의 핵 공격 시 미국의 즉응적 핵 보복을 확실히 보장받고 북한이 이를 명확히 인식케 해 핵 공격은 반드시 억지해야 한다.

한·미 관계가 안보, 경제, 기술동맹으로 확대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이를 기반으로 책임 있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한·일 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일본과는 위안부 및 징용 피해자분들의 인권과 존엄을 회복하고 일본도 책임 있는 국가로서의 체면을 지키게 해주면서 미래지향적으로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

8월 수교 30주년을 맞는 중국과는 상호존중과 공동번영의 정신으로 새로운 30년의 발전을 기약해야 한다. 단지 중국이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불만을 행동으로 표출할 경우에 대비해 공급망 다변화를 적극 모색하고 첨단산업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을 발전시키며, 사드 보복을 교훈 삼아 미국이 중국의 부당한 행동을 통제해 주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웃 나라의 주권을 침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도 당연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북한의 ICBM 완성을 도와주는 등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막아야 하고 한반도 평화와 북한 급변사태 수습 및 평화통일을 위해 협력이 필요하다. 서유럽과 미국도 종전을 바라는 쪽으로 태도가 전환할 수 있으므로, 한·러 관계가 적대적으로 악화되는 것은 피하면서 상황 변화에 따른 관계 정상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현명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제재에 가담하지 않고도 미국과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나라들이 있다. 인도, 이스라엘, 베트남, 터키,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인데 냉전기 비동맹국가들을 연상시킨다. 한국 외교의 자율성을 증진하고 지평을 넓히며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들과의 협력을 증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처럼 한국 외교가 중첩된 국제적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지혜를 총동원해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해 여야가 소통을 증진하면서 국익 극대화를 위해 건설적인 비판과 함께 초당적으로 정부를 지원한다면 실용적이면서도 선진국 국격에 걸맞은 현명한 외교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