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차라리 공정위를 없애면

국민일보

[데스크시각] 차라리 공정위를 없애면

이성규 경제부장

입력 2022-06-23 04:08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첫 내각 인선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사실상’이란 표현을 붙인 것은 공정거래위원장 인선만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기상청장 등 외청장 인사까지 마무리됐지만 공정위원장만 문재인정부 때 임명된 인사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처럼 임기를 다 채우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조 위원장은 지난달 이미 사의를 표했다. 법적 임기가 보장된 금융감독원장을 검사 출신으로 교체한 것을 보면 공정위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공정위원장 교체를 미루는 것 같지는 않다.

대통령실 주변에 돌고 있는 공정위원장 인선 지연 이유는 ‘시킬 사람이 없어서’이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법조인 출신 적임자가 없을 뿐이다. 법조인 출신 후보 대부분은 본인이 고사하거나 내정 과정에서 이러저러한 문제점이 발견돼 제외된 것으로 전해진다.

새 정부가 첫 공정위원장으로 법조인 출신을 고집하는 것은 검찰과 공정위의 오랜 갈등에 기인한다. 문재인정부에서 검찰과 공정위의 위상은 지금과 180도 달랐다. 지난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면서 첫 장관급 인선으로 김상조 공정위원장을 임명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거쳤다. 이에 비해 검찰은 ‘조국 사태’를 겪으며 청와대와 지속적인 갈등을 빚었다. 그 과정에서 전속고발권 폐지를 둘러싸고 검찰과 공정위는 이견을 노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초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을 거쳤고, 전속고발권 폐지 논의의 중심에 있었다. 한창 논의가 이뤄지던 때에 검찰은 공정위 퇴직자 채용비리 사건을 조사해 2명의 전직 부위원장을 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검찰이 공정위를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을 공정위가 제대로 하지 못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검찰은 담합 등 주요 불공정 사건을 법무부가 맡고 있는 미국식 사례를 강조한다. 미국 경쟁법 집행체계는 법무부와 한국의 공정위 격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나눠 맡고 있다. 검찰은 미국처럼 경쟁법 집행의 키를 쥐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은 서울중앙지검 재직 시절인 2018년 12월 미국 법무부 반독점국을 함께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최초의 경쟁법을 만들었지만 검찰이 경쟁법 집행을 독점하면서 생긴 과도한 수사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FTC를 만든 역사가 있다. 우리와 정반대인 셈이다. 검찰이 생각하는 만큼 한국의 공정위가 후진적이지도 않다. 글로벌 경쟁법 전문저널인 글로벌 컴피티션 리뷰의 경쟁 당국 평가에서 공정위는 수년간 미국 다음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공정은 새 정부가 발표한 첫 경제정책방향의 4대 기조(자유·공정·혁신·연대) 중 하나다. 공정위원장은 헌법에 규정된 경제민주화를 성실히 수행할 의무가 있는 책임자다. 공정위는 이렇듯 주요 경제부처 중 하나지만 현실은 전 정부에서 임명된 위원장이 1급 고위직을 대통령실에 추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과 공정위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도 법무부와 FTC가 주요 사건을 맡기 위해 ‘제비뽑기’를 할 정도로 경쟁 관계다. 우리도 미국처럼 두 기관이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 공정위는 혁신 경쟁 분야는 진흥시키고 기존 기업의 독점화 시도는 막아내는 의무를 수행하면 되고, 검찰은 이에 수반되는 형벌적 사건을 공평무사하게 처리하면 된다. 안 그래도 검찰공화국 소리를 듣는 정부가 공정위를 바보 취급하는 것은 국정 운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정위를 ‘경제검찰’이란 이름에 걸맞게 키우든지, 그럴 생각이 없다면 이참에 없애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이성규 경제부장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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