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산업 ‘잃어버린 5년’, 과감한 투자로 극복해야

국민일보

[사설] 원전산업 ‘잃어버린 5년’, 과감한 투자로 극복해야

입력 2022-06-23 04:02
한국 원자력산업은 지난 5년간 암흑기를 보냈다. 해외 원전 수주 제로, 원전 관련 수출 급감(2016년 1563억원→2020년 417억원), 국내 총매출 급감(27조원→22조원), 원전 부품기업 10곳 중 4곳 신규 일감 제로(2020년), 원전 인력 무더기 퇴사(한국수력원자력 700명, 두산에너빌리티 650명), 원자력 전공자 무더기 자퇴(13개 대학 595명)….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세계 최고라던 K원전 기술은 찬밥 신세가 됐고, 원전 기업들은 해외 시장에서 계약 파기 등 수모를 겪었다. 투자와 일감이 사라지니 원전산업은 급속히 쪼그라들었다. 재생에너지의 성장속도는 원전을 대체하기에 턱없이 더딘데, 화석연료는 탄소중립을 위해 서둘러 끊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그렇게 5년을 보내고 퇴임을 앞둔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이 “향후 60년간은 원전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 많은 이들이 허탈해했다.

허탈하긴 했지만, 맞는 말이었다. 전기를 더 많이 쓰게 될 미래의 에너지 공급을 위해서도, 기후변화 제어 과정의 에너지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도 원전은 꼭 필요하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뿌리째 흔들리는 국제정세 속에서 K원전 기술만큼 소중한 자산도 없다. 윤석열정부가 그 생태계를 복원하겠다고 나섰다. 2025년까지 1조원 이상 신규 일감을 발주하고, 긴급 유동성과 연구개발 자금을 수혈하고, 민관 합동의 원전수출추진단을 꾸려 해외 수주에 뛰어들기로 했다. 신한울 3·4호기 등 중단됐던 원전 건설도 재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위험성을 낮춘 혁신형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오랜 숙제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기술 등 연구개발 과제가 산적해 있다. 과감한 기술투자와 정책적 지원을 통해 ‘잃어버린 5년’을 뛰어넘는 도약의 기폭제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에너지 정책은 가용한 여러 에너지원을 놓고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에너지 믹스’에 성패가 달렸음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탈원전으로 에너지 조합의 불균형을 자초했듯이, 미래 에너지의 한 축이 될 재생에너지 투자를 외면한다면 이 역시 성공적인 정책이 될 수 없다.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