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기후적응?… 진짜 문제는 식량이다

국민일보

기후위기? 기후적응?… 진짜 문제는 식량이다

[책과 길] 식량위기 대한민국
남재작 지음
웨일북, 340쪽, 1만8500원

입력 2022-06-23 19:12
기후변화는 식량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식량 확보도 문제지만 식량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도 문제다. 이미 농업은 기후에 영향을 줄 만큼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이 되었다. 농업과 식량을 논의하지 않고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과 대응을 말하기 어렵다. 게티이미지뱅크

지구 평균 기온은 이미 산업시대 이전보다 1.1도가 올랐다. 세계는 지금 2050년까지 기온 상승 한계를 1.5도로 정해 놓고 탄소배출량 감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온 상승이 2도를 넘어가면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파국이 올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까지는 익숙히 아는 얘기다. 그런데 세계가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아내면 문제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설사 세계가 1.5도의 한계를 지켜낸다고 해도 앞으로 30년 안에 지구 기온이 1.5도 오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기온이 1.5도 오른 세계는 지금의 세계와 다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식량이 문제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의 책 ‘식량위기 대한민국’은 기후위기가 부과하는 과제가 에너지 전환만이 아님을 알려준다. 기후위기를 막아야 할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즉 기후적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운다. 남 소장은 “기후변화의 파괴력은 식량 위기에서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면서 “미래의 지속가능성은 기후변화 시대에도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기후위기 담론은 무성하지만 식량 문제는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저자는 농학자이자 유엔기후변화협약 회의에 한국 정부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여한 기후변화 전문가로서 기후변화 시대에 식량 문제가 왜 중요한지 상세하게 설명한다. 기후위기에 대한 해설서로서 매우 충실하고, 기후와 식량의 관계를 깊게 조명한 점이 돋보인다. 식량위기에 대한 한국의 상황과 대응도 살펴본다.

기후가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에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하다. 농사의 풍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기후다. 기후 문제는 식량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농업과 기후의 관계는 이보다 복잡하다. 농업 자체가 기후에 영향을 줄 만큼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원을 산업별로 보면 ‘농업, 임업 및 기타 토지사용’ 분야가 24%로 ‘전기 및 열 생산’(25%)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높다. 과학자들은 2030년까지 메탄의 배출을 30% 줄이면 지구 평균기온을 0.3도 낮출 수 있다고 계산했다. 메탄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분야는 농축산업이다.


특히 축산은 탄소중립에서 뜨거운 이슈다. 가축에게 먹이는 콩을 생산하기 위해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불태워져 농경지로 바뀌었다. 소는 ‘새로운 석탄’으로 불릴 정도로 탄소를 많이 내뿜는다. 축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다. 이 중 거의 절반인 45%는 사료를 생산하는 농업 부문에서 발생한다.

농업을 건드리지 않고는 기후위기를 논하기 어렵다. 탄소중립에 이르는 여정은 화석연료를 줄이고 숲을 늘리는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를 멈추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예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나무가 거의 유일하다. 화석연료를 줄이려면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하고 숲을 늘리려면 조림을 해야 한다. 두 가지 목표 모두 농업에 영향을 미친다.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거나 숲을 늘리려면 농경지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전체 에너지 대비 3%도 안 되는 재생에너지가 설치됐음에도 태양광과 풍력을 둘러싼 갈등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산림 경영의 시작이 나무 베어내기라는 것을 국민에게 이해시키지도 못했다.

기후변화 시대 농업이 직면한 도전은 식량 확보만이 아니다. 늘어나는 세계 인구를 부양하려면 2050년까지 35%의 식량을 더 생산해야 하는데, 농경지를 늘리지 않고 농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생물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조건 하에서 이를 달성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농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딸기를 재배해서 수출하는 경우, 겨울딸기 재배를 위해 많은 에너지가 난방에 사용된다. 농업용 에너지 가격 정책 덕분에 현재는 경제성이 있을지 모르지만, 탄소중립 시대에 이런 식의 농업이 지속 가능할까.

식량자급률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대략 20%에 불과하다. 쌀은 거의 자급을 하지만 연간 250만t이나 소비하는 밀의 경우 거의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옥수수와 콩 자급률은 각각 3%, 25%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식량을 자급하기 어려운 국가에 속한다. 세계의 식량 공급망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기후변화에 따라 공급망의 불안정성은 커지고 있다. 식량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해 여러 혁신적인 시도를 해나가야 할 때다.

이 책은 농업과 식량을 기후위기 시대의 핵심 문제로 내세운다. 기후위기의 관점에서 보면 농업은 혁명적 순간에 처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과 대응이라는 인류의 숙제 앞에서 농업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다. 이런 위기가 농업을 혁신하고 재편하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환경과 사회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어느새 경영의 키워드가 된 것처럼 농업도 그렇게 변할 수 있을까.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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