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 칼럼] ‘좌동훈 우상민’의 우려스러운 행보

국민일보

[박정태 칼럼] ‘좌동훈 우상민’의 우려스러운 행보

입력 2022-06-28 04:20

대통령 복심인 한동훈 이상민 검찰 경찰 장악 나서 논란
행안장관의 경찰 직접 지휘 속전속결로 실행에 옮길 계획
위법 소지에 수사 개입 우려도
법무장관은 검찰총장 부재 상태에서 두 차례 지휘부 인사
식물총장 될 수밖에 없는 처지
수사기관 생명인 정치 중립성 상실하는 역작용 초래할 듯

‘좌동훈 우상민’이란 말은 지난달 3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나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측은 “좌동훈 우상민이란 이야기도 있다” “항간에 검찰은 한동훈, 경찰은 이상민이 맡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와 윤석열 대통령의 긴밀한 관계를 부각시키겠다는 의도였다. 윤 대통령을 어떻게 호칭하냐는 질문에 이 후보자는 고교 동문회 자리에서 ‘형님’이라 했다고 답했다. 판사 출신인 그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직속 후배다. 형님이라 부를 정도로 윤 대통령과 두터운 신뢰 관계를 맺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윤 대통령이 좌동훈 우상민 쌍두마차를 내세운 까닭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두 장관이 사정기관을 장악할 것이라는 야당의 예측 그대로다. 두 장관은 임명되자마자 ‘밀명’을 신속히 완수하겠다는 듯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이 장관은 취임 당일 경찰 통제 방안 마련을 위해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그리고 불과 4차례 회의 만에 자문위 권고안이 발표됐다. 행안부에 가칭 경찰국을 신설하고 경찰청장 지휘규칙을 제정하는 등 장관이 직접 지휘·감독을 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인사·예산·감찰·징계권을 장관에게 몰아줘 경찰을 쥐락펴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을 통제할 필요성에 대해선 이론이 없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하지만 권고안은 경찰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이 없는 만큼 정부조직법 등을 개정해야 하는데 시행령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 위법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 민주화 이후인 1991년 내무부 치안본부가 외청으로 독립한 취지에도 역행한다.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 방안이 있음에도 이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때 임명된 위원들로 구성된 경찰위원회를 권력의 뜻대로 할 수 없으니까 편법을 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부인하지만 결국 속내는 수사 개입 아니겠는가. 인사 감찰 등을 무기 삼아 정권에 예속시키면 입맛에 맞는 수사가 가능하다.

초유의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를 경찰 책임론으로 몰아간 것도 수순이겠다. 대통령 재가 전에 인사를 공개하던 관행을 따르다 발생한 실수일 수 있는데도 윤 대통령은 ‘인사 쿠데타’를 벌인 국기문란으로 판을 키웠다. 행안부와 경찰 중 어느 쪽 책임이 더 큰지, 번복이 이뤄진 2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규명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결국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김창룡 경찰청장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했다. 이 장관이 어제 권고안에 따른 경찰 통제 강화 계획을 서둘러 공식화한 것도 경찰 반발을 조기에 진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속전속결로 실행에 옮기겠다니 큰 그림은 이미 그려져 있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장관-경찰청장의 수직적 지휘 체제를 통해 14만 경찰 조직을 틀어쥐는 건 시간문제다.

또 다른 복심인 한 장관은 검찰을 평정해 놓았다. 검찰총장이 없는 상태에서 두 차례의 지휘부 인사를 통해 ‘윤석열 사단’을 전면 배치함으로써 대통령-장관-일선 검찰청으로 이어지는 직할 체제를 구축했다. 전례가 없는 일로, ‘총장 패싱’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지금까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도 꾸리지 않아 의도적으로 총장 공백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의구심까지 들게 한다. 이러니 차기 총장은 식물총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한 장관을 감싸고돌기 바쁘다. 검찰총장이 식물이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는가 하면 책임장관으로서 인사 권한을 대폭 부여했기 때문에 장관이 잘했을 것이라고 두둔한다. 자신의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 장관이 협의 없이 인사를 하자 반발하고, 국정감사에선 “주변에서 다 식물총장이라고 한다”고 항변했던 것과 상충되는 발언이다. 전형적인 내로남불 아닌가.

사정기관 장악이야말로 정권의 속성이고 본능이다. 하지만 도를 넘어서면 역작용을 초래한다. ‘친문’ 검사들을 모두 유배지로 쫓아내고 ‘친윤’ 검사들로 요직을 도배한 검찰, 말 안 듣는 현직 경찰청장을 내몰고 허수아비 경찰청장을 심어 정권에 순치시킬 경찰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분명한 것은 수사기관의 생명인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금의 검경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사실상 식물총장과 식물청장 위에 군림할 두 장관의 다음 그림은 뭘까. 곧 본격화될 그것인가.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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