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손안의 진주’ 중앙보훈병원

국민일보

[기고] ‘손안의 진주’ 중앙보훈병원

노상익 중앙보훈병원 부원장

입력 2022-06-30 04:02

중앙보훈병원은 국가유공자와 지역사회에 의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보훈처 산하 공공의료기관이다. 1405병상으로 단일 병원 기준 전국 8위 규모다. 우리는 영리 목적의 비급여 진료를 제한하고, 과잉 진료·수술이나 과도한 검체·영상 검사를 지양한다. 소외되고 차별받는 환자가 없도록 하며 양질의 적정 진료를 추구한다. 이런 목표를 지닌 공공의료기관이 적자를 피할 수는 없다. 적어도 행위별 수가제가 근간인 현행 건강보험 급여체계 아래에서는 그렇다.

중앙보훈병원 의료진은 요즘 단단히 화가 나 있다. 공공의료기관이라는 한계를 딛고 지난해 200억원 흑자를 냈음에도 경영을 지원하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처우 개선 없이 남은 돈을 엉뚱한 데 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서다. 하지만 수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해가 있다. 보훈 대상자는 의료급여 청구 방식이 일반 환자와 다르다. 민간의료기관 기준으로 보면 중앙보훈병원 역시 230억원, 즉 6% 적자다. 보훈처 예산 지원, 보훈공단 복권사업 지원금, 코로나 전담병원 운영 국가지원금이 더해져 흑자처럼 보일 뿐이다. 다만 이런 오해를 감안해도 여러 매체에 문제가 노출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1405병상 중 급성기 병원 997병상에서 한 해 외래·입원 환자 150만명을 진료하고 수술 1만5000건을 시행한 것, 의료적정성 평가에서 매년 전 부문 1등급을 받은 건 대단한 성과다. 의료진의 노력과 헌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의료진의 처우는 갈수록 열악해지고, 민간의료기관이나 다른 공공의료기관과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묵묵히 견디던 의료진이 이탈하기 시작했다.의료진이 이탈하면 진료는 적체되고, 의료는 단절된다. 결원된 의사를 다른 곳에서라도 임시로 데려와 공백을 메꾸자는 의견이 있다.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 환자의 안전한 진료를 위한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의료란 환자와 의사 간 신뢰가 기본이고, 진료의 연속성이 보장돼야 한다. 의료진 공백이 생기면 이를 채우기 전엔 해결 방법이 없다. 공공의료기관 대부분이 취약한 접근성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중앙보훈병원은 지하철 9호선을 타고 바로 올 수 있다. 보훈 대상 환자들의 ‘생애-토털 케어’를 위해 국가 지원으로 만든 인프라는 민간의료기관이 엄두를 못 낼 만큼 수준 높다.

보훈의료는 매우 견고하다. 국가와 보훈처가 이미 많은 것을 단단히 해놓았다. 보훈의료를 넘어 지역 주민을 위한 공공의료로 확장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 역량 있는 의료진이 적정 진료를 해나가기만 하면 된다. 시간이 없다. 보훈처와 보훈공단, 병원이 머리를 맞대고 역량 있는 의료진을 유지하고 채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중앙보훈병원은 보훈의료와 공공의료를 위한 ‘손안의 진주’다. 모든 걸 다 해놓고 막판에 진주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노상익 중앙보훈병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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