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낯선 어른의 호의가 주는 감동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 낯선 어른의 호의가 주는 감동

천주희 문화연구자

입력 2022-07-01 04:07

여행을 떠나는 친구가 있다기에 인사도 할 겸 동네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 갔다. 지금은 인근 동네에 살지만 대부분 타지에서 살다가 이 동네로 이주한 청년들이었다. 우리는 연령도, 출신지도, 성별도 다양하고, 하는 일도 제각각이다. 그런데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다. 내가 모임에 도착했을 때 친구들은 서로 근황을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 친구가 어린 시절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놀랍게도 우리는 청소년기에 저마다 잘 알지 못하는 어른의 호의를 받은 적이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한 친구는 자전거 여행을 하다가 길을 잘못 들어선 적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자전거 바퀴가 터졌고, 난감해하던 때에 친구 옆으로 자동차 한 대가 멈췄다. 그때 만난 아저씨는 친구를 집으로 데려가 밥을 먹이고 잠을 재워주었다고 한다. 이후로 친구는 자전거 여행을 이어갔다. 또 다른 친구는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그 시절 갑자기 별이 보고 싶어서 무작정 충주댐으로 향했다고 한다. 그때 충주댐으로 가는 버스 기사님이 어딜 가는지 물었고, 충주댐에 별 보러 간다고 말하니 밤에는 얼어 죽을 수도 있다면서 숙소를 잡아주고 밥도 사먹으라며 돈을 주셨다고 한다. 나도 10대 중후반에 방학 때면 서울에 올라와 동호회 사람들을 만나고는 했다. 그들은 먹을 것과 집을 내어주었고, 세상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돌아보면 그 당시 우리는 사회에서 규정하는 정상성에서 벗어난 청소년들이었다.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살다가 불화를 경험하고 삶의 좌표를 찾지 못해 휘청거리고 있었다. 담대하고 무모한 여행길에 올랐던 우리에게 가족도 친척도 아닌 어른들이 호의를 베풀어준 경험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삶에 남아 있었다. 길 떠나는 친구를 포옹으로 배웅하며, 이제 내가 친구의 안녕을 빌어준다. 그리고 그 시절 삶의 자리를 내어주셨던 분에게도 평화가 깃들기를 빌어본다.

천주희 문화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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