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돌파구 찾은 한·일 관계, 시급한 현안 풀며 신뢰 되찾아야

국민일보

[사설] 돌파구 찾은 한·일 관계, 시급한 현안 풀며 신뢰 되찾아야

입력 2022-07-01 04:03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토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과 관계 정상화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다행스럽다. 비록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한·일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4차례 만나 신뢰를 쌓았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넘어야 할 산이 많아 곧바로 관계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 양국 정상이 대화 의지를 확인한 만큼 실무자급의 외교 노력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양국 정상이 현안을 함께 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점이 중요하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가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 측과 긴밀히 의사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위안부 합의 파기로 위태롭던 한·일 관계는 2018년 우리 대법원이 일제 전범기업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판결한 뒤 최악으로 치달았다. 일본은 이듬해 반도체 부품 수출을 규제해 과거사를 빌미로 오랫동안 쌓아온 양국의 경제협력 관계를 훼손했고, 우리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파기해 동북아 한·미·일 안보 역량을 약화시켰다. 하지만 안팎의 많은 노력에도 관계 개선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에서 아베 신조·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거치며 극우세력에 기댄 보수 강경파가 혐한론을 정치적으로 악용한 탓이 크다. 우리나라에서도 ‘토착 왜구’ 운운하며 한·일 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일이 빈번했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한·일 모두 관계 개선을 이룰 적기를 맞았다. 윤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한·일 갈등의 포괄적 해결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급격한 우경화에 반대하는 자민당 내 파벌 고치카이(宏池會)를 이끌고 있다. 최소한 일본 정부가 극우 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해 외교 문제로 비화될 위험성은 많이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한·일 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긴밀해지는 북·중·러에 함께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픈 상처를 들쑤시며 비난에 몰두할 만큼 동북아의 국제정세가 한가롭지 않다. 양국이 한발씩 물러서 미래를 함께 바라보며 과거를 정리해야 하는 절박한 시점인 것이다. 한·일 정상이 소통 의지를 밝힌 것은 이런 기본 원칙에 동의했다는 뜻이다. 이제부터는 실천이 중요하다. 양국 정부는 실무적으로 여러 해결 방법이 제시된 강제 징용 피해자 문제부터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 신뢰의 폭을 조금씩 넓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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