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 민주당, 투쟁과 세대교체만으로는 안 된다

국민일보

[여의춘추] 민주당, 투쟁과 세대교체만으로는 안 된다

남도영 논설위원

입력 2022-07-01 04:02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최근 페이스북에 민주당 상황에 대한 글을 올렸다. 평화주도성장,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와 같은 민주당의 가치와 노선을 재정립하자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패권이 아닌 가치를 중심으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평가의 강을 건너야 하며, 민주당다운 가치와 노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말처럼 정치의 핵심은 가치와 노선이다. 어떤 목표를 향해 어떤 길을 걸어가는지가 중요하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와 노선을 내세워야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말은 민주당의 가치와 노선을 국민이 지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민주당 패배와 관련한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부동산 정책 실패가 거론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민주당 외부에서는 내로남불과 진영논리를 꼽는다. 부동산 정책을 패배 원인으로 꼽는 것은 정확한 진단이 아니다. 거꾸로 말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을 더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당선됐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평화, 경제민주화 같은 가치가 부족해서도 아니다. 많은 정치학자가 말한 것처럼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정강·정책에서 큰 차이가 없다. 평화에 반대하는 정당은 없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평화에 반대하는 세력이라고 비판하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평화를 구걸하는 세력이라고 비판할 뿐이다. 지난 대선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정책은 구별하기 어려웠다. 서로 정책을 많이 베꼈다. 후보의 말도 수시로 달라졌다.

대선 승패를 가른 것은 가치를 실현하는 태도였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민주당의 독선이 부각됐다. 김해영 전 의원은 이를 ‘악당론’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김 전 의원은 검수완박 논란이 벌어지던 지난 4월 “지난 수년간 민주당은 정치의 주요 동력으로 두 가지를 삼고 있다. 하나는 악당론이고, 또 하나는 지키자 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을 비판하는 세력은 모두 악당이었다. 국민의힘은 토착왜구가, 검찰은 무소불위의 적폐가, 언론은 기레기가, 대기업은 경제를 망치는 주범이, 2주택 보유자는 서민을 약탈하는 탐욕가가 됐다. 민주당은 점점 비타협적인 투사가 됐고, 지지층은 줄었다. 민주당의 가치는 진영논리에 따라 내용이 수시로 변했다.

민주당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누가 당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민주당의 노선, 민주당의 깃발이 정해진다. 출마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가장 유력한 당대표 후보는 이재명 의원이다. 이 의원은 최근 1호 법안으로 정부의 공공기관 민영화를 제한하는 ‘민영화 방지법’을 발의했다. 윤석열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으니, 국회에 통제장치를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개딸(개혁의 딸)’들과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밤 11시부터 26일 새벽 1시30분까지 트위터로 지지자들과 소통했다. 앞서 18일에는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에서 지지자들과 사인회를 열며 세를 과시했다. 아마도 이 의원의 깃발은 열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윤석열정부와의 ‘투쟁’일 것이다. 민주당의 다른 깃발은 ‘세대교체’다. 1970년대생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의원이 거론된다. 강병원 의원은 29일 “젊고 역동적인 리더십, 혁신과 통합의 리더십”을 말하며 출마를 선언했다. 걱정스러운 대목은 있다. 586세대가 잘못했으니 70년대생이 정치의 전면에 나선다는 논리로는 국민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다. 세대교체론은 물음표가 많이 붙어 있는 깃발이다.

검수완박 정국의 주인공은 무소속 민형배 의원과 양향자 의원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의원 모두 민주당의 본거지인 광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민 의원은 위장 탈당이라는 방법으로 검수완박이라는 ‘민주당식 개혁’에 ‘헌신’했다. 양 의원은 “양심을 따르겠다”며 검수완박에 반대했고, 지금은 국민의힘이 만든 ‘반도체산업 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 의원의 깃발은 익숙하고 선명하다. 양 의원의 깃발은 어색하고 불편하다. 배신자 프레임도 아른거린다. 그러나 누군가는 타협의 깃발을 들어야 한다. 독선과 진영논리가 심판받았는데, 존중과 타협의 정치를 말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투쟁의 가치는 효용이 다해가고 있다. 민주당의 깃발은 훨씬 다양해져야 하고, 그 중심에는 타협의 깃발이 자리해야 한다.

남도영 논설위원 dynam@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