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소에 고기 반찬이 사라진다

국민일보

무료급식소에 고기 반찬이 사라진다

물가 급등 속 급식 단가도 껑충
경기 위축에 후원금은 크게 줄어
급식소마다 재정난으로 운영 위기

입력 2022-07-01 03:02
  • 미션라이프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수혜자들이 28일 함께하는교회가 운영하는 경기도 수원역광장 앞 무료급식소 ‘정 나눔터’에서 식사하고 있다.

코로나19 후폭풍에 따른 물가상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원자재와 식자재 값이 급등하면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교회와 기관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후원 손길도 줄어 운영자들의 근심은 더해만 간다.

지난 28일 경기도 수원 팔달구의 한 골목길. 빌라 건물 2층에 있는 함께하는교회(백점규 목사)는 음식 준비로 분주했다. 건물 1층 주차장에서는 봉사자들이 따듯한 음식을 밥차로 나르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오후 6시30분이 되자 음식을 가득 채운 밥차가 수원역광장으로 이동해 배식을 준비했다.

무료급식소 ‘정(情)나눔터’가 있는 수원역광장 앞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이곳을 찾는 연령대는 20대부터 80대 노인까지 다양하다. 생활이 어려운 노숙인과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가 대부분이다. 이날은 일주일 중 유일하게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날이었다. 약 150명의 수혜자가 닭갈비와 제육볶음 등으로 식사를 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급식소를 떠났다.

하지만 수혜자들과 인사하고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백점규(68) 목사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졌다. 백 목사는 “오늘이 유일하게 고기를 배식하는 날”이라며 “이마저도 푸드뱅크의 도움으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요일에는 채소나 달걀 위주의 반찬이 제공된다.

백 목사는 “현재로서는 푸드뱅크 같은 단체에 거의 매달리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한 달에 400만~500만원에 달하던 후원금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300만원대로 줄었다. 하루 10만~15만원으로 150명분의 식사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시래깃국 뭇국 같은 비교적 저렴하게 조리가 가능한 메뉴를 고르기 일쑤다. 외부 후원으로 운영되는 곳일수록 경기침체의 파고를 피하기 어렵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서울 영등포구 광야교회(임명희 목사)는 한 달에 한두 번 제공하던 튀김 요리를 한두 달에 한 번꼴로 줄였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으로 급등한 식용유 가격이 영향을 줬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세계식량 가격지수에 따르면 5월 육류 가격지수는 122.0포인트로 2020년 기록한 95.5포인트보다 28% 올랐다. 같은 기간 식물성기름 가격지수는 99.4포인트에서 229.3포인트로 131% 치솟았다. 이는 고스란히 급식 기관에 전가된다. 서울 마포구 용강노인복지관 관계자에 따르면 6월부터 무료급식 단가가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랐다.

30년 넘게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에덴교회(서삼상 목사)는 2년 6개월 만에 급식소 재개를 앞두고 큰 시름에 빠졌다. 서삼상 목사는 “시장과 마트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재료를 사정사정해 구입한다”며 “후원도 절반 이상 줄어든 까닭에 고기와 생선은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수원=글·사진 유경진 기자

많이 본 기사

갓플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