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놀이에 김장도 하고… 20년간 교회 세우고 현지인 친구 되다

국민일보

사물놀이에 김장도 하고… 20년간 교회 세우고 현지인 친구 되다

[서윤경 기자의 선교, 잇다] 김아엘 불가리아 선교사

입력 2022-07-0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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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엘 선교사는 2009년부터 발칸 김장축제를 통해 발칸 국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와의 화합, 현지에 한국의 김치 문화를 알리고 있다. 김아엘 선교사 제공

여행자에게 불가리아를 묻는다면 요거트 장미오일과 흑해 연안의 휴양지를 떠올리게 마련인데 선교사의 시선은 달랐다. 햇수로 23년째 불가리아에서 사역하는 김아엘(52) 선교사는 ‘불가능이 없는 나라’ ‘불이 임재하는 성령의 나라’ ‘능력 주실 하나님을 사모하는 나라’ ‘긍휼이 많은 나라’ ‘믿음으로 견디는 나라’ 등 다양한 표현으로 불가리아를 정의했다.

목사 자녀(PK)였던 김 선교사는 어린 시절 선교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았다. PK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썽꾸러기였던 덕에 중학교는 네 곳이나 옮겼고 12년 의무교육 기간은 14년으로 늘었다. 성인이 돼선 노동판과 주점에서 일하고 번 돈을 쓰느라 바빴다.

그의 삶이 바뀐 건 뒤늦게 입대한 군에서다. 1군 사령부 군악대에서 바순이라는 악기를 알게 됐고 제대 후 총신대 교회음악과에 입학했다. 신학대학원도 졸업했다. 불가리아와의 인연도 1997년 소피아국립음악원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맺었다. 이듬해 충현교회 평신도 단기선교사로 파송 받아 불가리아에서 학업과 사역을 병행했지만 그를 괴롭힌 게 있었다. 가난한 집시를 돌보지 않는 하나님이 어떻게 모두의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다. 답은 그리스 빌립보 유적지 구석에 있는 사도 바울의 감옥에서 찾았다.

발칸 선교사들과 함께 개척한 불가리아 벨린그라드교회에서 현지인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김아엘 선교사 제공

김 선교사는 4일 국민일보와의 메신저 인터뷰에서 “귀신들린 여종을 고쳐줬는데 여종의 주인이 고발해 바울과 실라가 감옥에 갇힌 사도행전 16장이 떠올랐다”며 “잘못도 없이 수모를 당하는 바울이 기도하며 하나님을 찬송하는데 그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스스로에게 ‘하루에 몇 분이나 예수 믿는 사람으로 살아가나’를 질문했다. 그리고 2000년 2월 유럽유학생수양회(KOSTE)에서 ‘네 발의 신을 벗으라’는 말씀 앞에 무릎을 꿇고 하나님 명령에 순종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그해 11월 김 선교사는 개복교회의 후원을 받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 선교사로 파송 받았다.

김 선교사가 20여년간 사역지에서 힘쓴 건 현지 교회를 세우는 것이다. 그는 “교회가 재산권 운영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현지화”라며 “한국인 선교사는 그들의 현지화를 돕고 친구가 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역할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아엘 선교사가 부단장인 사물놀이패 소영이 최근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열린 아시아 페스티벌에 참여한 모습. 김아엘 선교사 제공

이후 그는 담당 사역자로 소피아교회, 소피아열린한인교회를 섬겼다. 다음세대를 위해 소피아열린한인교회에선 아내인 원종숙 선교사와 함께 초·중 찬양팀 컨버세션과 청소년·청년이 주축인 NOK밴드도 운영했다. 소피아 한글학교 이사장, 소피아 한인 소년소녀 합창단 지휘자, 사물놀이패 소영 부단장으로도 활동했다. 불가리아어-한국어 사전과 불가리아어-한국어 대조성경도 편찬했다. KOSTE도 20년 넘게 섬겼다.

2001년엔 발칸반도 연합과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NGO인 오픈발칸도 세웠다.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코소보 크로아티아 루마니아 등 발칸 국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과 불가리아 벨린그라드 등 5곳에 교회를 개척했고 선교사 자녀를 위한 캠프도 마련했다. 2009년부터 독일의 김성수 목사와 함께 발칸 김장축제도 진행했다.

20년 넘게 선교의 삶을 살아온 김 선교사가 한국교회에 요청한 기도제목은 선교다. “한국교회가 이 땅의 주인은 하나님임을 현지인들을 통해 볼 수 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주님의 지상명령인 선교가, 한국교회의 최대 목적이 돼 하나님의 공교회가 열방과 땅끝 가운데 세워지길 소망합니다.”

불가리아는…

“다양한 매력을 가진 나랍니다. 대제국을 건설한 저력과 불가리아라는 국명을 1300년 이상 유지한 끈기가 있습니다. 기후는 좋고 공기는 신선하며 농산물 대부분은 친환경입니다. 국토 곳곳에서 분출하는 광천수와 온천 덕에 의료관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토는 한국보다 10% 정도 넓지만 인구는 700만여명입니다.

풍부한 역사와 문화가 있는 곳입니다. 발굴되지 않은 스파르타쿠스의 트라키아, 고대 로마시대 유적 때문에 고고학자들에게는 꿈의 땅이라 불립니다. 불가리아에서 만들어진 키릴 문자로 성경을 번역해 러시아 등 슬라브권 국가와 몽골이 사용했습니다. 불가리아 국민들은 지적 호기심이 강하며 수학과 정보통신 분야에 재능을 갖고 있습니다.”

-정치·경제적 환경은 어떤가요.

“불가리아는 서유럽과 러시아 등 흑해 주변 국가, 중동과 북아프리카까지 접근이 용이한 지정학적 요충지입니다. 최근 중동 정세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후 공산권에 속해 있다가 그 체제가 무너지면서 2007년 EU에 가입했습니다. 시스템을 바꾸고 EU 지원금으로 교통 통신 등 인프라를 개선하며 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저렴한 인건비와 낮은 세금을 고려하면 매력적인 투자처로도 부상할 가능성이 큽니다.”

-불가리아의 종교적 상황은 어떤지요.

“불가리아 정교가 인구의 약 80%를 차지합니다. 이슬람교 10%, 무교 7%, 나머지는 천주교와 개신교 등입니다. 독실한 신앙심과 정신문화를 지키고 있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릴라 수도원이 있습니다.”

-불가리아 선교를 계획하는 이들에게 전할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더 많은 선교사님이 이 땅에 오시기를 소망합니다. 직분에 상관없이 모두가 지켜내야 할 명령인 선교가 자연스레 이뤄져 선교 동력을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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