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승희 사퇴·박순애 임명… ‘빈틈없는 발탁’이란 尹의 독선

국민일보

[사설] 김승희 사퇴·박순애 임명… ‘빈틈없는 발탁’이란 尹의 독선

입력 2022-07-05 04:03 수정 2022-07-05 04:03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월 30일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 김 후보자는 지명된 지 39일 만인 4일 자진사퇴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 임명을 강행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한 고위공직자는 김창기 국세청장을 포함해 세 명이 됐다.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교육부 수장과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의 공백 사태가 길어져 불가피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국회가 이날 원 구성에 합의해 인사청문회의 길을 열었는데도 그 전에 서둘러 임명한 것은 아쉽다. 특히 박 부총리는 만취 음주운전, 논문 표절, 조교에 대한 ‘갑질’ 등의 의혹이 잇따라 제기돼 부적격 논란에 휩싸이면서 야권이 임명 철회를 요구했었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고 박 부총리와 김 의장은 임명하는 선에서 돌파구를 찾은 모양새지만 인사청문회가 무력화됐다는 점에서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정치자금 유용,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자녀 특혜 채용 등 숱한 의혹이 제기된 김 후보자의 사퇴는 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이다. 국회의원이던 2017년 여러 차례 사적인 용도에 정치자금을 불법 지출한 혐의는 위법 가능성이 큰 사안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된 상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수사 의뢰한 최초의 장관급 후보자인데도 그는 이 사실이 알려진 후에도 혐의를 부인하며 임명에 미련을 두는 처신을 보였다. 자진 사퇴를 밝히면서도 정치자금 유용 의혹과 관련, “회계 처리과정에서 실무적인 착오로 인한 문제”라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연달아 낙마한 것은 초유의 사태다.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국민연금 개혁 등 과제가 산적한 복지부의 수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돼 유감이다. 하지만 부적격자라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오기로 임명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기자들이 김 후보자 임명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한 입장을 묻자 “전문성과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정부에서는 그런 점에서 빈틈없이 사람을 발탁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수사 의뢰된 것에 대해서도 “도덕성 면에서도 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을 보면 비교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 눈높이와는 동떨어진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과 여권은 잇단 인사 실패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야권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냉정하게 되돌아보기 바란다. 인사 추천과 사전 검증 과정에서 무엇을 놓쳤는지를 파악하고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인사 실패의 되풀이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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