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덮친 러브버그, 2주 뒤면 ‘사랑 끝’… “자연소멸 가능성”

국민일보

도심 덮친 러브버그, 2주 뒤면 ‘사랑 끝’… “자연소멸 가능성”

전문가 “봄 가뭄에 출현 시기 늦어
비행능력 떨어져 서울 확산 않을 것
소독 위주 대응 땐 생태 불균형 우려”

입력 2022-07-05 09:23 수정 2022-07-05 10:35
서울 은평구청 관계자가 4일 은평구 갈현로에서 연막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 등 수도권 서북 지역을 중심으로 '러브버그'가 떼로 나타나면서 주민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권현구 기자

서울 은평구·서대문구 등 수도권 서북부를 중심으로 ‘러브버그(사랑벌레·아래 사진)’ 떼가 대거 나타나 어린이집·유치원에서 실외 활동을 중단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불편이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벌레 떼가 2주 정도면 자연 소멸할 가능성이 크고,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살충제 살포로 퇴치하면 오히려 생태계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은평구에 있는 A어린이집 관계자는 4일 “아이들이 밖에서 걷다 보면 날아오는 벌레랑 계속 부딪힐 정도로 많이 보인다”며 “어린이집 주변에도 벌레가 많아 오늘은 야외활동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벽과 창문 등에 붙은 벌레를 일일이 떼어내며 청소하는 곳도 있었다. B어린이집 관계자는 “어린이집이라 인체에 유해한 벌레퇴치제를 뿌릴 수 없고 구청에서는 ‘소독해 달라는 전화가 너무 많이 들어와 감당할 수 없다’고 해 직접 떼어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시와 각 관할 구청, 보건소 등에도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서대문구청에는 지난 1일 이후 수백통의 러브버그 민원 전화가 쏟아졌다고 한다.

러브버그로 불리의 벌레의 정식 명칭은 ‘플리시아니악티카’로, 짝짓기하는 동안은 물론 날아다닐 때도 암수가 붙어다니는 습성 때문에 러브버그로 불린다. 한국에선 털파리로도 불린다. 변혜우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원래 러브버그는 5월 말과 6월 초에 주로 나타나는데 올해 봄이 매우 가물어 다소 늦게 나타난 것 같다”며 “도심 외곽의 녹지나 하천 주변에서 바람을 타고 유입된 것 같은데, 도심 출현이 아주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러브버그는 번식력이 강해 개체 수가 빠르게 늘지만, 성충이 된 후 곧 죽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변 연구관은 “주기상 2주가 되면 모두 자연 소멸하고, 다른 파리들이나 곤충들처럼 비행능력이 좋은 편도 아니기 때문에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환 서울대 응용생물학과 교수도 “액체로 돼 있는 유기물들이나 풀의 넥타(즙) 같은 걸 빨아먹는데, 그 양이 얼마 되지 않고 성체 활동 기간이 길지 않다. 길어도 보름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정 곤충 개체가 일시 급증하는 현상은 이전에도 드물지 않았고, 러브버그의 경우 사람에게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아 과도하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석이 많다. 한호연 연세대 생명과학기술학부 교수는 “곤충은 원래 많이 나왔다가 또 줄어드는 걸 반복한다”며 “문제가 되는 케이스는 꽃매미나 벼멸구처럼 농작물을 훼손한다거나 모기처럼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인데, 러브버그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방역 일변도로 대응 시 생태계 균형이 깨져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희 우리곤충연구소 소장은 “2년 전 은평구에 대벌레가 떼로 출몰했을 당시 행정기관에선 대규모 소독으로 대응했지만, 대벌레나 러브버그만 콕 집어 죽일 수 있는 살충제는 없다”며 “살충제로 인해 여러 포식자 곤충들이 죽게 되면 다음엔 생태계 균형이 깨져 더 많은 벌레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훈 국립생태원 박사도 “재작년 단양에서 매미나방이 급증했을 때처럼 사람이 직접 벌레를 긁어내는 방제를 하는 등 여러 대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안명진 양한주 기자 amj@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