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해주고 커피 타주고… 마음의 병 치유하는 ‘카운셀러 목사님’

국민일보

상담 해주고 커피 타주고… 마음의 병 치유하는 ‘카운셀러 목사님’

윤양중 성산교회 목사

입력 2022-07-1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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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교회 윤양중 목사는 지난 13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상담을 통해 마음의 병이 있는 이들이 자기 죄를 돌아보고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 주인이 게이샤 콜롬비아 등 원두를 설명하며 커피를 추출했다. 커피의 맛과 향은 장맛비로 처져 있던 기분을 달래주는 듯했다. 이 건물 3층에 있는 성산교회 윤양중(57) 목사의 아내 김영자 사모가 카페 주인이자 바리스타다. 1, 2층의 카페는 교회가 지역주민을 위해 만든 공간이다. 이날 커피는 특별히 윤 목사가 내려줬다.

“커피를 좋아해 2007년부터 공부해 아내와 함께 자격증을 땄어요. 교회 공간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 주민들이 품질 좋은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시며 쉬어가면 좋겠다 싶었어요. 성도들 동의로 주중엔 카페, 주일엔 소모임 등을 위한 공간으로 쓰게 됐죠.”

성산교회의 열린 공간은 카페만이 아니다. 6층은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을 위해 열려 있다. 이 공간은 코로나19 때 힘을 발휘했다. 코로나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며 생긴 ‘코로나블루’ 때문이다. 예배와 모임이 어려워진 한국교회도 코로나블루 직격타를 맞았지만 성산교회는 타격이 크지 않았다. 2012년부터 진행한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덕이다.

상담 사역의 시작을 설명하려면 시간을 한참 되돌려야 한다. 충남 부여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윤 목사는 고교 시절을 스무 살 위 큰 형의 집에서 보냈다. 그를 교회로 이끈 건 형수다. 바로 지금의 성산교회다. 교회에 출석한 지 6개월째였던 고2 겨울방학 때 아동부 교사 수련회가 열리는 경기도 용인의 한 기도원에서 하나님을 만났다. 기도할 줄 몰랐던 윤 목사는 “하나님, 계시면 보여주세요”라는 말만 했다. 그때 산꼭대기에서 빛이 윤 목사에게 쏟아졌다.

“환한 빛이 가득했고 예수님 같은 분이 말없이 저를 보셨어요. 열등감은 사라지고 꿈이 생겼어요.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삶이었죠.”

그러나 목회자의 길은 생각하지 않았다. 일반대학에 들어가려던 윤 목사가 신학대 입학을 결심한 건 야고보서 1장 27절 말씀 때문이다. 그는 “갑자기 마음에 들어온 말씀이다. 참된 경건은 세속에 물들지 않고 과부와 고아를 돌본다는 말씀인데 그런 삶을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목사는 이날 교회에서 운영하는 건물 1층 카페에서 바리스타 아내를 대신해 커피를 내려줬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한국침례신학대학교에 들어간 뒤 다음 행보는 남들보다 빨랐다. 신학대생일 땐 성산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했고 1990년 군에서 제대하자마자 담임 목사가 됐다.

“담임 목사가 미국으로 가면서 스물여덟의 제가 갑자기 부임했어요. 얼마나 벅찼겠어요.”

교회를 섬긴 32년간 절망도 경험했다. 첫 번째 절망은 98년 교회 이전을 준비하며 찾아왔다. “IMF 외환 위기 때라 어려움이 있었고 등 돌린 성도들이 생겼어요. 좋아하던 분들이라 감당하기 어려웠죠. 아내와 상의해 교회를 그만두기로 했어요.”

하지만 하나님이 그의 마음을 붙잡았다. “‘지금까지 열심히 한 건 알지만 내가 하란 대로 한 건 아니다’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어요. 제 문제란 걸 알고 회개하니 마음에 자유가 왔어요.” 그때 상처가 됐던 성도들은 지금도 윤 목사의 든든한 동역자다.

두 번째 절망은 2012년에 왔다. 2005년 현재 교회 건물을 지은 뒤 성도가 늘면서 소그룹 목회를 시작했다. 윤 목사는 “소그룹을 하며 2010년까지는 행복했다. 시간이 흐르니 목자들은 지쳤고 모두가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전했다.

회복의 길을 찾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2012년 예수전도단에서 진행하는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해 이화여대 심리학과 안덕자 교수를 만났다.

“안 교수님은 ‘대화 기법’ ‘선택의 회복’ ‘자기분석’과 ‘12단계 회복의 길’ 등 4단계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첫날 대화 기법에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교수님과 대화하며 내 죄를 꺼내 마주하게 됐거든요.”

이렇게 배운 걸 성도들에게 적용하니 반응은 뜨거웠다. 더 많은 걸 배우려고 미국 미드웨스턴대 인텐시브 과정을 통해 상담학 석사, 교육목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안 교수의 상담 프로그램을 복음으로 연결하는 ‘죄 발견’ ‘죄 죽이기’ ‘새 사람 입기’ ‘새 생활하기’ 등 4단계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윤 목사는 “자기 죄를 자각하는 게 변화의 출발이며 그다음은 죄 죽이기로 죄를 줄이는 것이다. 내면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며 “8개월 과정 중 1~3단계, 6개월간은 기독교적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마음 문을 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음으로 연결되는 건 4단계다. 그동안 알지 못한 영역을 찾아 하나님 형상으로 회복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과정은 비기독교인도 상담에 참여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성도를 빼고 상담 받은 80여명 중엔 비기독교인이거나 더 이상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 모두 성산교회 성도가 됐다.

이제 윤 목사는 10년 경험을 한국교회와 나누려고 한다. 지난 5월 ‘하나님 형상 회복의 길’을 출간했고 지난달 회복상담교육원 문도 열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등록돼 교육받은 사람에게 부모교육상담사라는 민간 자격증도 준다. 가을에 시작하려던 걸 목사들의 요청으로 앞당겼다. 현재 경기도 구리와 전북 전주에서 각각 8명, 11명의 목회자가 참여하고 있다.

“한국교회를 살리는 길이라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감사하게도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한국교회를 위해 헌신하고 싶어요.”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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