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동철 칼럼] 입법권 침해하는 시행령 정치 논란

국민일보

[라동철 칼럼] 입법권 침해하는 시행령 정치 논란

입력 2022-07-20 04:20 수정 2022-07-20 04:20

시행령 통한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과 경찰청장에 대한 수사
지휘,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놓고 분분한 적법성 논란

국회 입법권을 무력화시키는
꼼수 정치 남발엔 제동 걸어야

헌재·법원에 위법 여부 판단
구하고 장관 해임 건의, 탄핵
소추 가능성 열어둘 필요 있어

행정안전부가 지난 15일 경찰국 신설과 경찰청 지휘 규칙 제정 등을 위해 대통령령 일부개정안과 행안부령을 입법예고했는데 적법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여야 정치권, 행안부와 경찰의 주장이 엇갈리고 법조인과 학계에서도 정반대 주장들이 쏟아지고 있다. 법무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신설한 인사정보관리단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여 있다. 법령 해석 주무 부처인 법제처의 이완규 처장은 “현행법하에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합법 쪽의 손을 들어줬지만 다른 목소리도 많다.

더불어민주당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며 시행령 제·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경찰의 노조 격인 경찰직장협의회 회장단도 “대통령령과 부령을 통해 임의로 행안부 내 국을 신설하고 지휘 규칙을 제정해 사실상 치안 사무를 관장하려는 것은 법치행정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반발했다. 야당과 경찰의 주장이니 그러려니 할 수도 있을 테지만 법률 전문가들 중에서도 행안부와 법무부의 위법을 지적하는 주장이 적지 않다. 이명박정부 때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까지도 “법률로 정해서 위임하지 않은 사무를 시행령으로 위임하는 건 헌법 제75조의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한 것을 보면 진영 논리나 직역 이기주의 차원의 반발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길 사안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쟁점들을 따져보자. 헌법에는 ‘행정 각부의 설치·조직과 직무 범위는 법률로 정한다’(제96조),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제75)고 명시돼 있다. 행안부에 경찰 직접 통제 부서인 경찰국을 신설하는 것과 법무부에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을 설치하는 것은 이들 부서의 조직과 사무에 중대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국가행정기관의 설치·조직과 직무 범위를 정한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추진하는 게 타당하다. 그런데도 행안부는 이런 과정은 생략한 채 시행령 제·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오는 21일 차관회의, 26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 달 2일부터 시행하겠다고 한다. 행안부와 경찰청, 경찰의 인사·예산 등 주요 정책에 대한 심의·의결 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시행령인데도 입법예고부터 국무회의 의결까지 열흘 남짓 만에 끝내겠다니, 전광석화 같은 속도전이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도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 윤석열정부는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 법무부에 조직을 설치해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사무를 넘겼는데 신설을 뒷받침할 법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정부조직법상 법무부 장관이 관장하는 사무는 검찰, 행형, 인권옹호, 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에 국한된다. 공직자 인사 사무를 관장하는 인사혁신처를 제쳐두고 법무부에 인사 검증 업무를 맡긴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법률에 근거가 부족한데도 행정부가 시행령에 기대 국정을 운영하는 시행령 정치는 국가의 법체계를 훼손하고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비대해진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필요성이 커졌지만 통제 방안은 법률로 정해야 마땅하다. 공직자 인사 검증 사무를 어디에 맡기냐도 마찬가지다. 여소야대여서 법 개정이 어렵다는 게 시행령 정치를 정당화할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정부가 원하는 방안이 있다면 민주당을 설득하든지, 그게 불가능하다면 명분을 쌓은 뒤 다수당이 된 후 추진했어야 했다.

경찰국 신설과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수사 지휘는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대 사안에 대한 수사 지휘는 당연히 해야 한다’는 이 장관의 거듭된 발언은 우려가 기우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대통령과 장관 등 그 누구도 법을 존중하고 지켜야 한다는 데 예외일 수는 없다. 국회 등 관련 기관들은 논란이 된 시행령들이 상위법에 위배되는지에 대해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판단을 구해야 할 것이다. 야권을 중심으로 이 장관에 대해 해임 건의나 탄핵소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국회의 입법권을 무력화하는 시행령 정치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라도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겠다.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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