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 집권당다움 안 보이는 국민의힘

국민일보

[여의춘추] 집권당다움 안 보이는 국민의힘

손병호 편집국 부국장

입력 2022-07-22 04:08

與, 정권 잡았지만 집권당 역할
방기한 채 집안싸움만 골몰
‘여당 프리미엄’만 누리려는
대야 관계로 협치도 요원해져

지도부·중진·원로 그룹 모두
집권당 자리의 엄중함 깨달아야
옹골찬 집권당 되지 못한다면
국민을 속인 것이나 다름없어

집권당은 대통령실과 함께 국정 운영의 핵심 축이다. 국정과제 실천을 위해 입법적 측면에서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당 공개회의를 통해 국정과 관련해 시의적절한 메시지도 발신해야 한다. 대통령실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거나 행정부가 잘 따라오지 않으면 군기반장 역할도 해야 한다. 야당과 관계를 잘 구축해 협치를 이끌어내는 것도 집권당 몫이다. 제대로 된 집권당이면 국정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 것은 물론이고 행정부 견제 역할도 하고 대야 관계에 있어 유연한 자세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집권당 구성원들이 그런 당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가득 차 있을 때 대통령실·행정부도 더 열심히 일하고, 야당도 협치로 나설 것이다. 집권당이 옹골차면 주변국들도 그 나라 정권을 만만히 보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에는 그런 집권당다움이 전혀 안 보인다. 무엇보다 국정에 대한 책임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통령과 행정부에 도움을 주지도, 그렇다고 견제도 하지 못하고 있다. 야당과 협치를 하겠다는 자세가 결여돼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집권당으로서의 영도력이랄까, 정권을 잡은 세력으로서의 무게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집권당다움은커녕 국민은 연일 ‘참을 수 없는 그들의 가벼움’을 목도하고 있다.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부터 그렇다. 그는 본인 지역구의 지인 아들을 대통령실에 집어넣은 데 대한 비판에 휩싸이자 ‘9급 가지고 뭘 그러느냐’며 며칠 버티다 뒤늦게 사과했다. 여론이 뭘 질타하는지 번지수를 잘못 파악한 것이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1, 2인자인 권 대행과 장제원 의원은 자기들끼리 신경전을 벌이다 비판이 일자 같이 밥 먹고 화해했다가 며칠 뒤 또다시 각을 세웠다. 당 최고위원들도 ‘최고’라는 타이틀을 붙이기 부끄러울 정도의 행실을 보여준다. 급기야 얼마 전 어느 최고위원은 당대표가 악수를 거부하자 카메라가 잔뜩 있는 데서 대표 어깨를 툭 내리쳤다. 이 유치한 일 말고라도 그간 여당 최고위원회의는 나라나 국민을 위한 회의라기보다 자기들끼리 서로 물어뜯고 비판하기 위한 장이 된 지 오래됐다. 이들에 더해 이제는 자리에서 쫓겨난 이준석 대표까지 밖에서 당을 향해 꽹과리를 두드릴 태세다.

지도부가 그런 꼴이면 당 중진이라도 쓴소리를 해야 할 텐데, 이 당은 그런 목소리도 듣기 어렵다. 윤핵관이 되지 못한 원내 중진들은 세 불리기 하느라 분주하고, 원외 중진들은 뒤늦게 핵관이 되려고 ‘줄서기’ 발언만 쏟아내고 있다. 게다가 요즘은 당 원로들도 과묵하기 그지없다. 외국의 집권당 중진·원로 그룹은 국정 운영이나 대야 및 국제 관계에 있어 그 역할이 막중한데, 국민의힘에서 그런 걸 기대하기가 난망하다.

당 내부만 시끄러운 게 아니다. 정권을 잡았으면서도 협량한 태도로 일관해 야당과의 관계는 최악인 상태다. 결국 정권 출범기에 당연히 누려야 할 정치적 허니문도 스스로 날려버린 셈이 됐다. 집권당 세력이 얼마나 우습게 보이면 제1야당이 정권 출범 2개월 만에 수시로 ‘탄핵’ 얘기를 꺼낼까. 국회가 여소야대 국면이면 현실적 한계를 인정해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내야 하는데 막무가내로 집권당 프리미엄만 보장받으려 하니 국회가 제대로 굴러가겠는가. 여당의 정치력이 부족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집안싸움으로 시끄럽고, 야당과는 멱살만 잡으려 하니 여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건 당연할 테다. 그런 모습만 보이는데 과연 행정부에는 영이 서겠는가.

여당 구성원들은 집권당의 본분을 자각하기 바란다.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서 역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민 삶과 나라의 미래가 좌우될 수 있다는, 집권당이라는 그 자리의 엄중함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 엄중함을 인식한다면 자중지란을 벌일 겨를도 없을 것이다. 대야 관계에 있어서도 거래에서 밑지지 않겠다는 장사치 같은 태도를 버리고 먼저 배려하는 모습을 통해 야당으로부터 자발적 협치를 이끌어내야 한다. 무엇보다 대표 직무대행과 최고위원을 비롯한 지도부의 말과 행동부터 달라져야 한다. 유치원생도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한층 더 의젓해 보이는데 하물며 집권당 지도부가 됐으면 품격이 조금이라도 더해져야 할 것 아닌가. 수권 능력이란 단순히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집권당다움이 있느냐 없느냐가 수권 능력의 핵심이다. 선거는 이기고 집권당다움은 없다면 국민을 속인 것이나 다름없다.

손병호 편집국 부국장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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