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 칼럼] 검찰공화국의 경찰 재갈 물리기인가

국민일보

[박정태 칼럼] 검찰공화국의 경찰 재갈 물리기인가

입력 2022-07-26 04:20

행안부 경찰국 신설 반대하는
경찰서장들 대기발령·감찰 등
초강경 대응으로 사태 악화
일선 경찰 반발로 파문 확산

장관은 ‘쿠데타’ 자극 발언도
검사 집단행동과 다른 징계
이중 잣대로 형평성 문제까지

국가경찰위 실질화 외면하고
경찰직접 장악은 위법 소지 커
언로 막지 말고 합리적 대안
찾아 민주적 통제 받도록 해야

전국 각지의 경찰 공무원들이 휴일인 토요일에 모였다. 관외여행 신고를 하고 세미나에 참석했다. 조직의 미래를 위해 난상토론을 벌였다. 갑자기 회의 도중에 상부로부터 연락이 왔다. “회의는 불법이니까 중지해라. 직무명령이다.” 그럼에도 강행되자 회의 주도자에게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졌다. 국가공무원법상 복종 의무 위반이란다. 비밀리에 거사를 한 것도 아니다. 모임은 공지됐다. 법적 절차도 밟았다. 거리에 나서 시위를 하거나 피켓을 든 것도 아니다. 그런데 불법 낙인이 찍혔다. ‘민중의 지팡이’가 ‘범죄자’로 전락한 순간이다. 사상 초유의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발령 처분을 받은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이 전한 모임 개최의 과정이다.

지난 23일 경찰서장 회의에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한 총경은 190여명이다. 회의 장소에 무궁화 화분을 보내 지지 의사를 밝힌 총경까지 합치면 모두 350여명이 뜻을 같이 했다. 전국 총경의 절반을 넘는다. 주로 경찰서장을 맡는 총경급은 ‘경찰의 꽃’이다. 14만 경찰을 일선에서 진두지휘하기에 조직의 핵심 역할을 한다. 그런 화려함을 뒤로한 채 신분상 불이익을 감수하고 공개 행보를 택한 건 행정안전부가 경찰을 통제하기 위해 추진하는 경찰국 신설 등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윤희근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25일 회의 결과를 보고받겠다고 했다고 하니 의견을 전달받아 심사숙고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상부의 대응이 초강경으로 바뀌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경찰청은 해산 지시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현장 참석자들을 색출하기 위한 감찰까지 착수했다. 되레 해산 지시가 적법하지 않아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는 견해까지 나오는 마당에 과잉 대응으로 일관한다. ‘나대면 죽는다’는 경고다. 그렇지만 대기발령 조치에 격앙된 팀장급(경감 경위)마저 전국 단위 회의를 예고하는 등 파문이 심상치 않다. 닥치고 굴종해야 할 일선 경찰의 반발이 오히려 거세지자 어제 윗선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나섰는데 도가 지나친 발언으로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각자의 위수지역을 비워놓고 모임을 한 건 하나회의 12·12쿠데타에 준하는 상황” “무장할 수 있는 조직이… 대단히 위험하다” 등의 자극적 언사로 강경 조치를 정당화했다. 그러나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쿠데타에 빗대는 건 가당치 않다. 이러다 쿠데타 세력을 때려잡기 위한 계엄령 선포까지 나올지 모르겠다. 내부 구성원들을 상대로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나가야 할 정부의 핵심 인사가 수습에 나서기는커녕 사태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검사 회의는 되고 경찰 회의는 왜 안되느냐는 지적에 대한 답변도 궁색하기만 하다. 검찰은 조직의 문제와 직결된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고검장, 검사장, 부장검사, 평검사 회의 등을 잇따라 열며 집단행동으로 대응했다. 올해 ‘검수완박’ 사태 때도 그랬는데 검사 징계는 없었다. 검사들은 검찰총장 용인 하에 했고, 경찰과 달리 총칼을 동원하지 못하기 때문에 합법적이란다. 정부 여당의 정책에 반대한 집단행동이란 점은 똑같은데 별의별 이유를 갖다 붙이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5월 인사청문회에서 검찰 집단행동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현장 상황을 책임지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잘못된 법이 잘못된 절차에 의해 통과됐을 때 말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검찰은 입이 있고 경찰은 입이 없단 말인가. 검찰공화국 체제의 이중 잣대이고 내로남불이다.

사실 일선 경찰이 우려하는 것은 이미 많은 전문가와 언론이 제기한 내용이다. 행안부 장관 직무에는 ‘치안’ 사무가 없다. 그럼에도 경찰국 설치 등을 정부조직법이 아닌 시행령 개정만으로 추진하니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 법치주의 훼손이다. 특히 경찰 사무에 관한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의 실질화라는 대안이 있음에도 행안부 장관이 직접 경찰을 손아귀에 넣으려 하니 이 사달이 벌어지는 것이다. 일선 경찰도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민주적 통제는 받겠다고 한다. 물론 경찰이 스스로 정치적 중립을 지켜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다 해도 내무부 치안본부로 있던 31년 전의 과거로 회귀할 순 없다. 여당이 주장하는 ‘문재인 정권의 충견’을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도록 해야지 ‘윤석열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합리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소통을 하려면 언로(言路) 자체를 막아선 안 된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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