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세상속으로…] 장애인 돌봄·등교 안전… 마을 곳곳 누비며 ‘마당발 사역’

국민일보

[한국교회 세상속으로…] 장애인 돌봄·등교 안전… 마을 곳곳 누비며 ‘마당발 사역’

<1부> 교회, 세상 속으로 (12) 마을 일상을 사역에 연결한 하늘뜻담은교회

입력 2022-07-27 03:08 수정 2022-07-27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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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훈(오른쪽) 하늘뜻담은교회 목사가 지난해 도담도담마을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서울 북한산국립공원을 방문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늘뜻담은교회 제공

지난 22일 아침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청훈(52) 하늘뜻담은교회 목사는 발달장애인 청년 인수(가명)씨와 함께였다. 이 목사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인수씨를 만나 5~6시간 운동을 함께하고 한글 공부도 한다. “한국재활재단이 지원하는 발달장애인 활동지원사로 사역한 지 5개월 정도 됐어요. 발달장애인과 온종일 함께하는 부모들이 한숨 돌릴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에요. 장애인 가족의 아픔도 알 수 있고 많지는 않아도 사례비를 받으니 저 같은 개척교회 목회자에게 좋은 기회죠.”

그는 인수씨와 만나기 전인 오전 8시부터는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건널목을 지키는 교통안전 등교지도사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기간에도 전교생 300여명을 만나는 기회였다. “건널목을 지나는 아이 중 100명은 저에게 인사를 해줘요. 그중에서도 50명과는 간단한 안부를 나누게 됐고요. 5명 정도는 저와 인생을 논한다고 할까요. 하하. 신호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요.”

이 밖에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마포지회 사무국장, 서대문구 마을 공모사업 협력지기 등 그가 가졌거나 거쳤던 직함은 한두 개가 아니다. ‘목사’ 하면 떠오르는 전통적인 목회 외에도 다양한 일을 하는 것은 그가 섬기는 성도는 교회 안에만 국한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가 있는 마을이 목회자의 일터가 되고 마을에서 하는 모든 일이 목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을 주민들을 다 내 성도라고 생각하면 교회 안에 앉아 오는 사람들만 기다릴 수는 없어요. 그들을 만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야죠.”

이 목사가 서대문구 아파트 상가에 하늘뜻담은교회를 개척한 것은 2020년 9월이다. 그가 꿈꾸는 ‘마을 목회’에 동의하는 성도 8명과 함께였다. 지금은 세례교인만 24명으로 늘어났는데 서대문구에 사는 이는 한 명도 없다. 그러나 서대문구 주민들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성도들이 지역 복음화를 위해 애쓰고 있으며 그중 두 가정은 서대문구로 이사 올 준비를 하고 있다.

교회 성도들에게 매달 반찬을 지원받는 베트남 이주민 여성이 서울 서대문구 교회에서 어린이들에게 베트남어를 가르치는 모습. 하늘뜻담은교회 제공

담임목사가 직접 몸으로 보여준 지역 섬김에 성도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이주민 여성들을 위해 지난해부터 한 달에 한 번 반찬 나눔을 시작했다. 각자 집에서 반찬을 만든 뒤 교회에 모여 정갈하게 분배하고 각 가정을 방문해 나눠준다. 반찬 나눔 사역을 주도하고 있는 정윤미 집사는 “반찬을 받은 이주민 여성들이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운 아이들 사진을 보내줄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이렇게 관계를 맺은 이주민 여성들이 우리 교회가 운영하는 도담도담마을학교에 선생님으로 와서 외국어를 가르쳐주기도 한다. 교회와 지역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귀한 사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늘뜻담은교회는 오는 10월에 하담사회적협동조합을 세운다. 이 목사는 조합 이름으로 지역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발달장애인 주간 활동 서비스센터를 만들 예정이다. 조합과 교회가 자리를 잡으면 저렴한 비용에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대안학교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마을 주민을 만나고 있는가’ ‘그들과 친구가 되고 있는가’ ‘인격적 교제를 더하고 있는가’ ‘예수 그리스도를 전할 수밖에 없는 친밀도가 있는가’ 등 4단계 관계 맺기를 생각하며 주민들과 소통한다면 한국교회가 지역에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지역과 소통 넓히는 노하우

이청훈 목사는 하늘뜻담은교회를 개척하기 전 2016년부터 3년여간 서울 강서구 한 교회에서 사역했다. 그곳에서도 마을 목회를 접목했던 이 목사는 연고도 없던 지역에 처음 부임해 지역과 소통했던 노하우를 귀띔했다.

먼저 교회 반경 1~2㎞ 안에 있는 식당과 카페를 찾아가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어림잡아 70여개 매장을 번갈아 방문해 자영업자들과 안면을 텄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을 나누고 교제하는 게 가능했다. 매장을 자주 찾는 단골들과 친해지는 건 덤이었다.

그 후엔 지역주민센터 복지 주무관을 만났다. 교회가 지역을 적극적으로 섬길 테니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알려달라고 했다. “반갑게 알겠다고 답하길래 금방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두 달 동안 소식이 없더라고요. 왜 그런가 봤더니 잘 모르는 교회 목사에게 부탁하는 게 부담스러웠던 거예요. 깊은 관계를 맺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새삼 깨달았죠.”

이 사실을 알고 나서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지역주민센터를 찾아갔다. 주무관의 일손을 돕고 센터를 찾는 주민들의 사연도 들었다. 이 목사의 진심을 알게 된 주무관은 지역에 독거 어르신들을 돕는 일이 절실하다며 교회에 이 사역을 부탁했다. 이 목사는 성도들과 독거 어르신을 방문해 말동무가 돼 드리고 큰 교회의 승합차를 빌려 나들이를 다니는 등 즐거운 사역을 펼쳤다.

“교회는 지역의 좋은 이웃이 되고 어려운 일을 나눌 수 있는 대피소가 돼야 합니다. 교회와 주민 사이 관계가 굳건해지면 한국교회는 세상의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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