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10명 중 6명 “은퇴 후 살림살이 팍팍해질까 걱정”

국민일보

선교사 10명 중 6명 “은퇴 후 살림살이 팍팍해질까 걱정”

강병덕 한동대 교수
한인 선교사 408명 대상
‘은퇴 준비 연구’ 속 드러난 실태

입력 2022-07-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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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와 한국선교연구원(KRIM)이 지난 2월 발표한 ‘2021 한국선교현황 통계조사’를 보면 한국교회가 지난해 12월 기준 전 세계 167개국에 파송한 선교사는 2만2210명이다. 이들 가운데 60세 이상은 5365명으로 전체의 24.1%를 차지한다. 한인 선교사 5명 가운데 1명은 10년 이내에 은퇴할 예정이거나, 은퇴 기준으로 여겨지는 나이(70세)를 넘긴 셈이다. 그렇다면 선교사들은 은퇴 이후의 삶을 얼마나 준비하고 있을까. 은퇴 준비를 하면서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뭘까.

이런 질문들에 답하는 연구가 최근 공개됐다. 강병덕 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 등이 학술지 ‘신앙과 학문’에 발표한 ‘한인 선교사 은퇴 준비 연구’다. 논문엔 선교사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과 이들의 막막한 미래, 선교사들을 보듬지 못하는 한국교회의 현실이 자세하게 담겨 있다.

노후 준비? 선교사에겐 언감생심

논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연구진이 선교사들을 상대로 벌인 설문 결과다. 연구진은 지난해 7월 한동대에서 열린 ‘2021 한인세계선교사대회’에 참가한 선교사 가운데 4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선교사들이 은퇴 이후의 삶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으며, 이들이 맞닥뜨린 어려움은 무엇인지, 그리고 선교사들을 도울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설문 결과를 보면 은퇴 후 예상되는 생활비를 81% 이상 감당할 수 있다는 응답은 6.6%에 불과했다. 은퇴 후 예상되는 생활비를 물었을 때는 월 200만원이라는 답변이 34%로 가장 많았다.


선교사직을 내려놓은 뒤 당면할 어려움을 물었을 때도 ‘재정 문제’를 꼽은 응답자가 4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주거 문제’(26%), ‘건강 문제’(14%) 순이었다. 재정 문제와 주거 문제는 선교사들 스스로 경제적 어려움을 예상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의미를 띤다고 할 수 있다. 즉 선교사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은 은퇴 이후 팍팍해질 살림살이를 걱정하고 있는 셈이다.

노후 준비와 관련해 자주 거론되는 개념은 이른바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으로 구성되는 이 체계는 노후의 뒷배가 돼주는 재정 안전망이다. 하지만 선교사들은 이런 시스템의 바깥에 놓여 있다.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에 맞게 노후를 준비 중이라는 비율은 겨우 5%에 그쳤다. 1차 안전망인 국민연금에 가입한 선교사도 전체의 40% 수준에 불과했다.

선교사 대다수가 은퇴 이후의 삶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상황이니 대부분은 은퇴 이후 새로운 직장을 얻고 싶어 했다. ‘은퇴 후 소득 활동의 필요성’을 묻는 문항에선 10명 중 9명에 가까운 89%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은퇴 이후 어떤 ‘소득 활동’을 벌이고 싶은지 물었을 땐 ‘선교사 상담 및 멘토링’(31%)이나 ‘선교 훈련 및 전략 수립(15%)을 꼽은 응답자가 많았다. 많은 선교사가 선교지를 떠난 뒤에도 선교 관련 활동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길 희망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말이 통하는 낯선 나라”

연구진은 설문 조사 외에도 선교사 8명을 상대로 심층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에서는 선교사들이 한국 사회에서 마주하는 고립무원의 상황이 그대로 드러났다. 4대 보험 등에 가입돼 있지 않아 사회적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도 선교사들의 가슴을 옥죄는 부분이었다.

A씨는 “파송 교회에서 파송할 때 조건이 4대 보험은 안 되고, 문제가 생겼을 때 교회는 아무 책임을 안 진다는 조건이었다”고 털어놨다. B씨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금융 기관을 찾았다가 자신의 신용 등급이 최하였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했던 것이 없으니까 그런 거겠죠. 아무 기록도 없고, 철저하게 신분을 숨겨야 하는 지역이어서 완전히 무직자에 실업자로 해외에 있었던 거로 돼 있으니까.”

선교사들이 은퇴 이후 겪을 어려움은 재정적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의 문화나 제도는 선교사들에게 낯설 수밖에 없다. C씨는 한국을 “말이 통하는 낯선 나라”로 규정했다. “시스템이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다. D씨는 은퇴 이후의 삶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은퇴를 준비하면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어요.”

연구진은 한국교회에 다양한 주문을 쏟아냈다. 선교사 은퇴 준비 현황을 파악하고,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의 밑동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재원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 강 교수는 2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개교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하기엔 상황이 심각하다”며 “주요 교단이나 대형 교회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초교파적으로 접근해야 할 부분도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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