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효성 없는 대형마트 영업제한, 이제 풀어야 한다

국민일보

[사설] 실효성 없는 대형마트 영업제한, 이제 풀어야 한다

입력 2022-08-02 04:01
사진은 지난달 3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정기휴무일 알림판. 연합뉴스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을 강제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한 지 10년이 됐다.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며 도입한 이 규제는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소매업 총매출에서 대형마트 비중은 10년 사이 14.5%에서 8.6%로 떨어졌는데, 같은 기간 전문소매점(전통시장 포함) 비중도 40.7%에서 32.2%로 감소했다. 늘어난 건 배(13.8→28.1%)로 급증한 온라인소매업뿐이다. 유통시장 대세는 이미 온라인으로 넘어간 터라 대형마트 규제가 골목상권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입법 취지가 구현되지 않는다면 규제를 위한 규제일 뿐이다. 마침 대통령실이 국민에게 정책 제안을 받아 추려낸 10건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안이 포함됐다.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

대형마트 영업제한은 찬반 주장이 양립해 있다. 찬성 측은 골목상권을 지키는 보루이고,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린 제도이며, 대형마트 종사자의 휴식권이 걸린 문제여서 유지돼야 한다고 말한다. 반대 측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소비층이 겹치지 않고, 대형마트 납품업자의 90% 이상인 중소기업과 농어민이 타격을 입으며, 소비자 편익에 반하는 규제라고 본다. 지난 10년 동안 이 규제가 골목상권을 지킨다는 논리는 상당히 희석됐다. 올 6월 소비자 조사에서 대형마트 휴업일에 전통시장을 이용한다는 응답자는 16%에 그쳤다. 최근 대구상인연합회는 대구시에 “대형마트가 영업을 안 하면 근처 시장과 음식점 매출이 준다”며 의무휴업 유예를 건의했고, 충남 당진에선 전통시장 상인들이 같은 요청을 해 받아들여졌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온라인 집중도가 한층 커지면서 대형마트의 집객 효과가 오히려 골목상권에 득이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또 합헌 결정은 규제의 필수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될 수 없으며, 대형마트 종사자 휴식권은 주 5일, 주 52시간 근무제로 이미 보장되고 있다. 현 유통시장에 맞지 않는 시대 착오적 규제를 이제 바로잡아야 한다.

대형마트 영업제한은 ‘타다 금지법’을 연상케 한다. 소비자 의견을 배제한 채 이해당사자 의견수렴만 거쳐 입법됐다는 점이 같다. 수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외면하고 택시업계 입장만 고려해 신규 서비스를 가로막은 결과 우리는 지금 극심한 택시대란을 겪고 있다.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한 대형마트 규제도 10년간 소비자 불편만 초래한 셈이 됐다. 신구 산업의 갈등, 업종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정책의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 두 사례가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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