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욱 칼럼] 윤석열정부는 누구와 공감하는가

국민일보

[고승욱 칼럼] 윤석열정부는 누구와 공감하는가

입력 2022-08-03 04:20

취임하자마자 추락한 지지율 이유조차 몰라 답답한 상황
국민의힘 비대위로 단합하고 열심히만 일한다면 반등할까
힘겨운 삶의 고통 함께 나누는 공감능력 갖춰야 극복할수 있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진 뒤 정국이 요동을 친다. 선거에서 이긴 집권여당이 당장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내부 총질만 하는’ 당대표를 확실하게 쫓아내고 대통령을 탄탄하게 받쳐줄 지도체제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당이 뭉쳐 군소리 없이 일한다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곧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가득하다. 국민의힘에서는 2년 뒤 공천 전쟁과 좋은 지역구를 차지하려는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를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정치의 본성이니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다는 식이다. 대신 국정운영의 동력을 되찾아 윤석열정부를 성공시키겠다는 비장함이 넘친다.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는 뚜렷한 이유가 없다. 취임 3개월 만에, 사고를 친 것도 아닌데 지지율이 뚝뚝 떨어진다. 이명박정부 초기 지지율 급락에는 광우병 파동이 있었다. 인사 실패와 정책 혼선은 마찬가지였지만 트리거가 확실했다. 그런데 지금은 도무지 실체가 없다. “원인을 알면 어느 정부나 잘 해결했겠죠”라는 윤 대통령의 말에서 그런 답답함이 묻어난다. 물론 이유를 들자면 손가락이 모자라게 꼽을 수 있다. 윤핵관, 무리한 대통령실 이전, 검사·지인에게 치중된 인사, 이전 정부 탓하기, 김건희 여사 활동 논란…. 여기에 물가는 치솟고 주가는 폭락했다. 하지만 이것이 취임 3개월도 안 돼 지지율이 20%대로 폭락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진 못한다. 지지율은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다. 대통령실로서는 아직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직무 수행을 잘못했다는 성적표를 받으니 억울할 것이다. 하는 일마다 주술에 연관시켜 비딱하게 해석하는 야당과 언론이 야속할 것이다.

답을 찾기 어려우면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취임 직후 지지율(긍정적 직무수행 평가율)은 문재인 대통령이 역대 최고다. 문 대통령이 탄핵의 혼란을 정리하자 “이것이 나라냐”고 묻던 국민들은 “이래야 나라지”라고 했다. 그렇다고 대통령 직무수행이 매끈한 건 아니었다. 문재인정부 1기 내각에서 인사청문회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가 8명이었다. 고위 인사들이 어이없는 말로 국민 감정을 건드리는 건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정책 역시 논란이 거셌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그렇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공정하지 않다고 외쳤고, 재계가 거세게 반대했고 노동계 의견은 갈렸다. 그래도 국민들은 대통령이 일을 잘한다고 느꼈다. 탈원전 정책은 어떤가. 공론화위원회 시민배심원단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하라고 권고해 공약이 수정된 로드맵이 나왔지만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에서 드러났듯 정책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그 과정을 차분히 훑어보면 지금과 다른 점이 보인다. 문재인정부 정책 추진의 출발점은 어려운 사람과 공감하는 데 있었다. 실패한 정책으로 끝났지만 인국공 사태는 차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시작됐다. 탈원전 정책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고조된 반핵 정서, 핵이 초래할 불안한 미래를 담았다. 대통령의 움직임도 달랐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8일 광주에서 아버지를 잃은 국가유공자를 꼭 끌어안았다.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피해 가족을 청와대로 불러 위로했다. 정치적 쇼라는 비난에도 훈훈한 장면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약속했던 국민과의 소통은 제대로 이루지 못했지만 공감능력만큼은 확실히 탁월했다.

공감은 타인의 고통을 함께 괴로워하고(experience sharing), 왜 힘들어하는지 이유를 살피고(mentalizing), 개선해주려는 욕구(empathic concern)를 포괄하는 용어다(자밀 자키, ‘공감은 지능이다’). 윤석열정부에 가장 부족한 게 바로 이 공감능력이다.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은 어떤 고통에 공감해 누구와 상의하며 입안했는가. 행정안전부 경찰국을 만드는 논리는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경찰관들의 생각을 어디에 담았는지 알 수 없다. 최소한 그들이 ‘나라의 기강을 문란케 한’ 이유 정도는 따져볼 필요가 있었다. 정치인의 능력은 주어진 일을 차질없이 처리하는 관료의 능력과 다르다. 윤 대통령은 지금 누구의 삶에 공감하고 있는가.

고승욱 논설위원 swk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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