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레드카펫 밟고 에미상 후보 오르고… “믿을 수 없는 한 해”

국민일보

칸 레드카펫 밟고 에미상 후보 오르고… “믿을 수 없는 한 해”

10일 개봉 영화 ‘헌트’ 감독 이정재
“4년간 퍼즐 맞추듯 시나리오 작업,
정우성과 작업 기뻤지만 중압감도”

입력 2022-08-04 04:08
감독 데뷔작 ‘헌트’의 개봉을 앞둔 배우 이정재가 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막다른 길에 다다른 것 같아 포기할까 싶을 때도 있었고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게 허황된 꿈처럼 생각된 적도 있다. 연기 생활을 하면서 퍼즐을 맞추듯 글을 쓰고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10일 개봉하는 영화 ‘헌트’로 감독에 데뷔하는 배우 이정재가 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영화는 조직에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을 맞닥뜨리면서 각자의 신념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30년 가까이 연기만 한 배우가 감독이 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정재는 “스파이 장르의 특색을 살려야 했는데 처음 해보는 입장에서 직조된 듯 치밀한 시나리오를 쓰기가 어려웠다”며 “‘반전의 반전’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겨 ‘내가 관객이라면 만족하지 못할 것 같다’ 생각될 때도 있었고 영화의 재미를 더하는 볼거리는 어떻게 글에 녹여야 하는지도 고민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4년간 7개의 작품을 촬영하는 바쁜 스케줄을 이어갔다. 이정재는 “중간에 그만두게 될까봐 거의 숨어서 글을 썼다. 써보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연기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며 “캐릭터를 상상하고 생각을 확장하고 정리하는 게 좋은 경험이어서 동료 배우들에게 연출은 몰라도 시나리오는 써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절친’ 정우성과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같은 작품을 하게 돼 기쁘고 의미 있었지만 부담도 컸다고 했다. 정우성은 영화 출연 제의를 네 번이나 거절했다. 이정재는 “영화계에서 오래 전부터 ‘너희 둘 데리고 영화 찍어야 되는데’ ‘너희들 같이 뭐 좀 해 봐’ 하면서 저희가 함께 나오는 영화를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왔다”며 “함께했을 때 흥행하지 못하면 작품성이라도 인정받아야 한다는 중압감이 굉장히 많았다. 연출도 하고 배우도 하면서 그 기대치를 뛰어넘기가 어렵다는 걸 우성씨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고 돌이켰다.

이정재에게 2022년은 특별한 해다. 감독 데뷔작인 ‘헌트’가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지난 5월 레드카펫을 밟았다. 다음 달 열리는 제47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도 초청받았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올 초 미국 배우조합상(SAG)과 크리틱스초이스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월드스타’가 됐다. 다음 달 열리는 에미상 후보로도 지명됐다.

이정재는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했다. 그는 “‘오징어 게임’이 해외에서 이렇게 인기가 많을 거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연기자 입장에서 한국어 연기가 외국인들에게 얼마나 전달될까 고민이 많았다”면서 “그 장벽을 뛰어넘게 해준 건 시나리오와 연출이었다. 황동혁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해외 시청자들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요소들을 담았다고 했는데 그 자체가 훌륭했다. 한국 콘텐츠 발전에 중요한 시기인데 저와 동료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건 놀라운 기쁨”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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