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진 ‘이단의 덫’ 경계령

국민일보

독해진 ‘이단의 덫’ 경계령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단·사이비 판별법

입력 2022-08-06 03:01 수정 2022-08-0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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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민식·게티이미지뱅크

모태신앙에 정통교회에서 신앙생활도 꾸준히 하던 A씨는 어느 날 한동안 연락이 끊긴 친구로부터 우는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다. 교회에 비판적이었던 남자친구와의 관계 회복에 힘쓰느라 연락을 못 했다고 했다. 한번 만나자는 친구의 부탁에 약속 장소로 나가던 A씨는 약속 장소 인근에서 정통교회에서도 흔히 쓰는 전도지 ‘사영리’를 들고 길거리 전도를 하는 B를 만났다. 자신을 예비 선교사로 소개한 B는 해외 파송을 앞두고 길거리 전도에 나섰다고 했다. 선교에 뜻이 있어 관심을 보이던 A씨에게 B는 중보기도를 해주겠노라며 연락처를 받아 갔다. 며칠 후 B는 A씨에게 기도 중 환상을 봤다며 남자친구와 신앙 문제로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지 않느냐고 연락해왔다. 놀란 A씨에게 B는 친구의 신앙 회복을 위해선 말씀으로 치유되고 회복돼야 한다며 함께 성경 공부를 해볼 것을 추천했다. 영성이 좋은 선교사라 생각한 A씨는 B의 인도로 성경 공부를 시작하게 됐고 결국 신천지에 빠졌다. A씨는 그제야 B와 자신의 친구가 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이였고, 자신을 포섭하고자 일부러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척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단(異端)’. 정통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교의나 교파를 적대해 이르는 말이다. ‘끝이 다른 것’이란 의미도 있다. 얼핏 보기에는 정통교회 교리와 비슷해 보이지만, 결국 끝에 가서 결정적으로 다른 주장을 하는 이들을 말한다. 그만큼 이단들을 분별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에서 위 사례처럼 이단·사이비 종교에 빠진 이들 중엔 한때 정통교회 신앙이 있었던 이들이 많다. 이단에 빠진 이들은 어떻게 보면 주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해보려다가 미혹돼 잘못된 길에 들어선 이들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많은 이들이 한낱 인간인 교주를 신격화하고, 겉에서 보면 허무맹랑한 교리를 전파하는데 이단에 왜 빠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단들의 포교 수법이 생각 외로 체계적이고 교묘해서 누구라도 빠질 수 있는 만큼 평소에 철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C씨는 철저한 경계와 확인으로 이단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경우다. C씨는 최근 초등학교 동창 D씨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동창생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만 얘기를 몇 번 주고받았을 뿐 평소 개인적인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는 아닌 사이였다. D씨는 평소 C씨가 설정한 SNS 프로필 사진들을 보며 신앙심이 좋아 보였다며 함께 신앙생활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평소 이단에 대한 경계심이 많았던 C씨였기에 수차례 D씨를 의심하며 대화를 이어갔지만, 마땅히 걸리는 점은 없었다. 게다가 공무원이었던 D씨는 자신이 일하는 기관에서 신우회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해당 기관의 장까지 오른 유명 장로와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D씨는 자신이 아는 선교사님이 계시니 함께 식사라도 해보자고 C씨에게 제안했다.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았던 C씨는 식사 자리에서 선교사라는 사람에게 소속과 교회 이름 등을 물었지만 얼버무리며 속 시원히 대답하지 않았다. C씨는 결국 나중에서야 D씨가 소개해 준 그 선교사란 사람이 사실은 온라인상에서 소위 ‘예언’을 한다며 사람들을 미혹하는 신흥 이단 교주란 걸 알게 됐다.

C씨처럼 지인 소개로 만난 목회자나 선교사가 정확한 소속 교단이나 교회 이름을 밝히지 않으려 하는 경우 의심해 볼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교회가 다음세대에 집중하는 만큼 이단들에도 대학가는 중요한 ‘황금어장’이다. 대학가에서 활동하는 이단들은 주로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인 ‘스펙 쌓기’와 ‘친구 사귀기’를 앞세워 접근한다. 각자의 결핍과 필요를 충족시켜줄 것처럼 덫을 놓는 것이다. 취업을 앞두고 소위 ‘스펙’이 필요한 취업준비생들에게 무료로 원어민 강사가 직접 영어를 가르쳐 주는 교육을 주선해주겠다고 하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악용해 무료 심리 상담을 해주겠다고 접근하는 식이다.

정통교회에 침투해 성도들을 미혹해 빼가는 일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천지와 전능신교(동방번개)가 있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 진용식 목사는 특히 중국에서 넘어온 동방번개가 최근 ‘내부 정탐꾼’을 정통교회에 침투시키고 있다며 경계를 당부했다. 진 목사에 따르면 이들은 교회 성도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후 자신들의 교리를 은근슬쩍 가르치며 혼란케 한다. 동방번개가 정한 내부 포교전략 책에는 “우리만 사용하는 영적인 용어를 너무 많이 말해선 안 된다”고 안내할 정도로 체계적이다. 이는 반대로 이단들이 주로 사용하는 용어를 숙지만 해도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부산성시화운동본부가 펴낸 책 ‘신천지를 파헤치다’에 따르면 교회에 침투한 신천지 분별법은 다음과 같다. 누군가 기성교회와 기독교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자주 얘기하며 목회자들을 비판하거나, “왜 우리 교회는 요한계시록을 설명하지 않아?”라든지 “아담 이전에도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을까?”라는 말들을 자주 한다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진리’ ‘비진리’와 같은 용어를 자주 쓰며 정통교회를 ‘바벨론’으로 규정하고 비판하기도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신천지가 정통교회 교인들에게 주로 던지는 질문만 68가지에 이른다. 신천지는 이에 잘 대답하지 못하면 성경을 제대로 모른다며 자신들의 성경 공부를 받아 볼 것을 권유한다.

대표적으로 “성경에서 해, 달, 별이 떨어지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천국이 ‘씨로 된 나무와 같다’라고 한 것을 아는가?” “예수님이 재림 때 타고 오시는 구름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을 하며 성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뜻을 전한다면 경계할 필요가 있다.

신천지처럼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집단들은 저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이 있다. 기쁜소식선교회(박옥수), 대한예수교침례회(이요한), 기독교복음침례회 같은 구원파는 “구원을 언제 받았느냐”고 묻고, 하나님의교회(구 안상홍증인회)는 “안식일과 성탄절이 정확히 무슨 요일인가?” “어머니 하나님이 있다는 걸 아는지” 등을 묻는다.


국내 자생 이단만 스무 곳이 넘고, 스스로 재림주라 말하는 교주만 50여명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는 만큼 일반인이나 정통교회 성도가 이단들의 정보를 모두 숙지하고 있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평소에도 이단이 의심되는, 불확실한 정보와 단체는 담당 목회자나 현대종교(탁지원 소장),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수시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개교회 차원에서 성도들과 함께 체계적인 성경 교리 교육 시간을 갖거나, 정기적으로 이단 예방 교육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진 목사는 “이단들은 분별하기 어려우니 성도들이 미리 이단의 교리가 뭔지 알고 대비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말씀 중심의 교리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송영목 고신대 신학과 교수가 책 ‘신천지를 파헤치다’에서 이단에 빠지지 않기 위한 예방법으로 가장 먼저 꼽은 것은 ‘가정예배의 회복’일 만큼 신앙공동체의 기초가 되는 가정 내 신앙교육도 중요하다. 송 교수는 “가정예배가 회복되지 않으면 이단이 계속해서 늘 수밖에 없다”며 “가정예배를 회복해 자녀들의 영적인 상태를 점검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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