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세상을 바꾸는 언어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 세상을 바꾸는 언어

천주희 문화연구자

입력 2022-08-05 04:05

언어란 참 신기하다. 문화, 사회, 시대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빠르게 시대를 반영하는 언어도 생기지만 동시에 시대가 변해도 잘 바뀌지 않는 언어도 있다. 특히 혐오나 차별이 담긴 언어가 그렇다. 그 언어는 대체로 사회적 약자를 빗대어 만들어진다. 사회에서 권력이 없거나 취약한 사람을 연상시키는 말은 듣는 이로 하여금 수치심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욕설이나 비하 발언에는 장애, 성별, 인종, 지역, 질병에 따른 차별이 반영되어 있다.

몇 년 전 수업 시간에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언어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중에는 장애나 질병에 관한 혐오 언어가 많았다. ‘병신’ ‘결정 장애’ ‘절름발이’ ‘벙어리장갑’ ‘눈뜬장님’ ‘암 유발자’를 비롯해 코로나19가 확산된 후에는 확진자를 빗대어 살이 찐 사람들을 ‘확찐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언어가 일상이 아닌 국회의원, 기자에게도 빈번하게 사용된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는 국회의원이 공개적인 석상에서 ‘외눈’ ‘집단적 조현병’ ‘정신 분열’ 등의 표현을 썼고, 장애인의 날에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떤 언어가 혐오나 차별이 담긴 언어일까. 당장 인터넷에 ‘혐오 표현’ ‘차별 표현’ ‘혐오 표현 바꾸기’라고만 검색해도 일상에서 자주 쓰는 용어를 쉽게 알 수 있다. 표현에 숨은 의미와 사회적 맥락을 더 알고 싶다면 ‘선량한 차별주의자’ ‘그런 말은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와 같은 책도 추천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주변에 차별적 언어를 지적해주는 사람을 두는 것이다. 만일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다면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이 먼저 시작하면 된다. 처음에는 “유별나다”거나 “불편하다”는 반응을 들을 수 있겠지만 다음부터는 주변에서도 그 언어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조심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노력 중 하나이다.

천주희 문화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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