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돌고래의 귀향

국민일보

[한마당] 돌고래의 귀향

고세욱 논설위원

입력 2022-08-06 04:10

1994년 개봉된 영화 ‘프리 윌리’는 소년과 범고래의 우정을 그렸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12살 제시가 우연히 수족관에서 일을 하다 범고래 윌리를 만난다. 어떤 조련사의 말도 듣지 않던 윌리는 제시와는 교감을 나눈다. 제시는 윌리를 없앨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주위의 도움을 얻어 윌리를 바다로 탈출시킨다. 바다로 가기 위해 제시가 서 있는 방파제를 뛰어넘는 윌리의 마지막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다.

윌리는 수족관 쇼를 거부하는 골칫덩이로 나온다. 실제 광활한 바다에서 생활하던 범고래 등 돌고래류는 좁은 수족관에 갇혀있으면 스트레스가 커진다고 한다. 그래서 종종 공격적인 성향이 분출된다. 2010년 2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유명 놀이공원 ‘씨월드’에서 범고래가 16년이나 호흡을 맞춘 조련사를 공격해 사망케 했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 범고래나 기타 돌고래의 인공 사육에 대한 각성이 일어났다.

2009년 5월 제주 바다에서 불법 포획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는 서울대공원에서 쇼에 동원됐다. 비판 여론에 힘입어 제돌이는 2013년 7월 18일 고향으로 방류됐다. ‘프리 윌리’ 주인공인 범고래 게이코가 포획된 지 19년 만인 98년 고향 아이슬란드 바다로 돌아갔다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2003년 사망한 터라 제돌이 귀향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높았다. 다행히 지느러미에 1이 찍힌 제돌이는 지금껏 제주 바다에서 친구들과 잘 놀고 있다. 이후 ‘춘삼이’, ‘삼팔이’ 등 남방큰돌고래 6마리가 방류됐다. 국내 수족관에 마지막으로 남았던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지난 4일 방류를 위해 제주 바다에서 적응 훈련에 돌입했다. 2005년 어업용 그물에 잡혀 서귀포시 리조트에서 공연하며 지낸 지 17년 만이다.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연안에서 120여 마리가 서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가 “언젠가 제주 바다에서 보고 싶다”던 그 돌고래다. 우영우가 8번 지느러미를 가진 비봉이를 보고 환히 웃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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