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진·왕이 외교 회담, 얽힌 한·중 관계 풀어낼 계기되길

국민일보

[사설] 박진·왕이 외교 회담, 얽힌 한·중 관계 풀어낼 계기되길

입력 2022-08-08 04:07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4일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오늘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을 만난다.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이뤄지는 첫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다. 새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전통적인 군사·안보 동맹인 한·미 관계를 경제·기술 동맹으로 발전시키며 중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는 미국의 세계전략에 보조를 맞추는 중이다. 중국은 거칠게 반발하며 불편한 심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렇기에 박 장관의 방중은 더욱 의미가 크다. 원칙에 입각해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전략적 협력동반자인 중국과 변함 없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힘겨루기를 벌이는 미국와 중국 중 어느 한쪽을 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실감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반도체 기술동맹 칩4 가입 여부를 이달 중 결정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노골적인 경제보복을 예고했고, 문재인정부의 사드 3불 정책 유지를 요구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외교전략이었던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전략적 모호성은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공허한 말이 됐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반도체 공급망 재편은 물론이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새로운 경제질서 구축 과정에서 방관자로 남을 수 없다.

남은 문제는 이같은 우리의 현실을 중국 측에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 비중은 23.9%에 달했고 교역액은 3000억 달러가 넘었다.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할 중요한 지렛대다. 문화교류 등 풀어야 할 현안도 많다. 오는 24일은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일이다. 대만사태로 최악이 된 미·중 관계 때문에 박 장관이 당장의 성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한·중이 불신과 오해를 풀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는 기초를 놓는 데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