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에너지 자원 독립을 위하여

국민일보

[경제시평] 에너지 자원 독립을 위하여

김희진 법무법인 대륙아주 외국변호사

입력 2022-08-09 04:02

러시아가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를 볼모로 에너지 자원 전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가스사 가스프롬은 유럽과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을 통한 가스 공급량을 지난달 27일부터 하루 3300만㎥로 감축했다. 정상 가동 시 하루에 송출할 수 있는 가스량인 1억6700만㎥와 비교했을 때 겨우 2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 소비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해 온 유럽 경제가 속절없이 일격을 당하는 모양새다.

자원 빈곤국인 우리나라 역시 언제든 자원의 무기화에 희생당할 수 있다. 에너지 패권 전쟁과 같은 거창한 이유 때문이 아니더라도 단순한 경제 논리에 따른 방심의 순간에도 자원은 우리를 위기에 빠뜨리기도 한다. 바로 작년 우리가 경험한 요소수 대란 사태와 같이 말이다. 2021년 10월 중국은 요소 수출 제한 조치를 내렸다. 당시 국내 공업용 요소 수입의 약 97%를 중국에 의존하던 우리는 갑작스러운 요소수 대란을 겪었다.

요소수 공급 부족은 물류 대란만 야기한 것이 아니다. 소방차와 구급차 역시 영향을 받아 사회 안전망을 위협했다. 요소수 대란이 특히 충격적인 점은 요소가 희토류와 같은 전략 물자도 아니라는 점이다. 말 그대로 요소와 물을 섞은 요소수는 특별히 고도의 생산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만이 요소를 공급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의 대중 의존도가 높았던 것은 단순한 경제 논리 때문이다. 국내에서 요소를 생산하기에는 타산이 맞지 않았다. 중국으로부터 적당한 품질의 요소를 싸게 사오면 그만이었다.

이렇듯 자원이란 단순히 경제 논리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 언제든 찰나의 방심이 국가 안보와 직결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원 소비량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빈곤국이다. 이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조달청을 통해 해외 의존도가 높은 물자 등에 대한 비축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주요 핵심 물자 15종의 금속 물질 약 23만t을 비축해 안정적 공급을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비축 전략은 단기 수급 불안에 대한 대응이다. 궁극적 해결책은 아니다. 우리는 더욱 적극적으로 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

이전의 정부 주도 해외 자원개발 사업의 일부가 사업성이 좋지 않아 비난받는 일도 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비상식적 투자 결정이나 계약 내용, 부실 감사 등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의 중요성이 간과되거나 중단되는 사치를 누릴 수는 없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해외 자원개발에 대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진일보한 탐사 기술을 통해 사업성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회계와 금융, 법무 전문가 집단은 전문성을 발휘해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양질의 자원개발 사업을 선점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최근 국내 기업이 수행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리튬 개발 사업은 큰 의미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리튬 공급이 부족할 것을 예상하고 과감하게 광권을 인수했다. 인수 이후에는 적극적인 탐사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인수 당시의 추정치보다 6배가 넘는 리튬 매장량을 기대하고 있다. 배터리에 필수적인 리튬의 안정적 공급처를 우리 기업이 확보했으니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배터리 기술과 함께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 기대된다. 단순히 민간 기업의 해외 자원 투자 성공 사례가 아니라 4차 산업혁명에서 핵심 역할을 할 배터리 분야의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올리는 계기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자원을 무기화하는 전쟁 속에 우리의 자원 독립을 위해 어느 때보다도 분명하고 적극적으로 해외 자원개발에 뛰어들어야 한다.

김희진 법무법인 대륙아주 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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