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에 이어 배터리까지 번진 글로벌 공급망 전쟁

국민일보

[사설] 반도체에 이어 배터리까지 번진 글로벌 공급망 전쟁

입력 2022-08-10 04:07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생산 라인. 현대차 제공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을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글로벌 공급망 우위를 놓고 벌이는 미국과 중국 정부 간 치열한 전장이 반도체에 이어 전기자동차, 배터리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 하원이 민주당 우위여서 법안 최종 통과는 기정사실로 봐야 한다. IRA는 겉으로 보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자동차 산업 등에 투자하는 법안이다. 미국의 속내는 전기차 산업 지원 내용에 담겨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전기차 한 대당 최대 7500달러(약 98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그런데 전기차와 배터리 모두 북미 지역 생산을 조건으로 걸어놨다. 또 2024년부터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배터리 원자재를 40% 이상 조달해야 한다. 중국을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제외시키려는 의도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배터리 3사는 그동안 꾸준히 북미 시장에 투자해 왔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세계 1위인 중국의 CSTL을 끌어내릴 기회인 것은 맞다. 하지만 배터리 핵심 소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다. 양극재를 구성하는 전구체와 양극화 물질의 중국산 비중은 95%나 된다. 보조금 수혜를 보려면 배터리 원자재 수입 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 전기차 업체에도 발등의 불이다. 현대차그룹은 연내 GV70, 내년에 EV6의 현지 생산 계획을 세웠지만 정작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아이오닉5는 국내에서 생산한다.

중국 역시 자국산 배터리를 장착하지 않은 전기차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단시일 내 끝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핵심 전략 산업의 공급망 개척을 위한 치밀한 대응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미·중을 상대로 한 전략적 대화와 외교적 협상에 한치도 소홀해선 안 된다. 아울러 신냉전 상황에서 핵심 부품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건 지상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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