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곳에서 싹트는 암, 진료 망설이다 키운다

국민일보

은밀한 곳에서 싹트는 암, 진료 망설이다 키운다

[희귀암에 희망을] <14> 항문암
증상 있어도 쉬쉬하는 경우 많아
여성 더 취약… 조직검사 매우 중요

입력 2022-08-15 21:06
국립암센터 박성찬 외과 전문의가 항문암 환자의 내시경 영상을 보면서 진행 상태와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제공

매우 드문 데다 은밀한 부위에 생기는 암은 쉬쉬하다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항문암도 그렇다. 잦은 항문 통증과 출혈 등 의심 증상이 있어도 병원 진료를 망설이다 정확한 진단이나 치료 적기를 놓치기도 한다. 항문암은 2019년 기준 전체 암의 0.1%에 해당하는 322명에게 발생했다. 2015년 278명 2016년 304명 2017년 311명 2018년 310명이 발생해 환자 수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짧은 기간의 수치 변화만으로 증가 추세라고 보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남녀 발생 비율은 0.8대 1로 여성이 더 취약하다. 항문암의 주요 위험 요인인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감염의 여성 비율이 더 높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60대 전후에 주로 진단된다.

국립암센터 대장암센터 박성찬 외과 전문의는 15일 “항문은 직장(대장의 끝)과 바깥을 연결하는 공간으로, 여러 세포가 공존하고 있어 직장암과 같은 세포 또는 피부암을 일으키는 세포에서 암이 생기기도 한다”며 “따라서 어떤 세포에서 생긴 항문암인지 구분하기 위한 조직검사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항문암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유형인 편평상피세포암과 선암의 5년 생존율은 60~70%를 나타내지만, 드문 유형인 악성 흑색종(항문 주변 피부)은 진행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생존율이 20% 안팎에 머문다.

50세 이상 연령, HPV감염, 성 파트너가 많은 경우, 항문 성교 등 만성적인 자극, 항문 주위 잦은 염증, 자궁경부·외음부·질암 병력, 장기이식 후 면역억제약 사용, 에이즈바이러스(HIV) 감염, 흡연 등이 위험 요인이다. 박 전문의는 “특히 항문암과 고위험 HPV(16·18형)의 지속적 감염 사이에 높은 연관성이 있다. 실제 항문암 환자의 85~90%에서 HPV감염이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자궁경부암이나 질암 등의 발생에 HPV 감염이 관여하고 장기이식, 에이즈 감염에 따른 면역체계 억제 역시 항문 부위 HPV의 지속적 감염을 일으키는 걸로 추정된다. 성 상대자가 많은 사람도 HPV감염 취약군이다. HPV는 성 접촉에 의해 옮기 때문에 첫 성경험 나이를 늦추고 성 파트너 수를 최소화하는 등 안전한 성생활이 권고된다. 성 경험이 있기 전 HPV예방 백신 접종도 도움된다.

치질을 방치하면 항문암이 된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치질은 치핵(항문 혈관이 붉어짐)과 치열(항문이 찢어짐) 치루(항문 고름이 터져나옴)로 나뉘는데, 치루만이 항문암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샤워 시 항문 자가검진 등을 통해 이상 증상이 발견되면 무심히 넘기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라는 것이다. 진료가 권고되는 증상은 배변 시 통증·출혈, 항문의 종괴감(덩어리가 만져짐), 갑자기 대변을 보기 힘들거나 횟수 변화, 변이 남은 느낌, 예전보다 가늘어진 변, 변실금, 항문 주위나 사타구니에 이물감 등이다. 다만 이런 증상이 나타난 후 진단된 항문암은 대체로 진행된 경우가 많다. 출혈의 경우 변에 피가 섞이기 보단 배변 후 휴지에 묻어나오거나 변기에 뚝뚝 떨어지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아울러 치질이나 게실증, 궤양성대장염, 장염, 직장궤양 등도 출혈을 동반하는 만큼 정밀검사를 통해 감별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홍용상 교수는 “항문암의 주요 증상은 직장암과도 대부분 비슷하지만 항문암은 직장암과 달리 겉에서 손으로 덩어리가 만져질 수 있다”고 했다.

항문암 치료는 조직 유형에 따라 다르다. 편평상피세포암의 경우 바로 수술 않고 항암과 방사선 병용 요법만으로도 70% 완치가 가능하다. 홍 교수는 “하지만 선암은 수술이 유일한 완치 방법이며 이땐 항문(괄약근) 보존이 어려워 배에 인공 항문(장루)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악성 흑색종은 수술, 방사선·항암으로도 치료 자체가 쉽지 않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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