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탄소중립, 후퇴인가 도약인가

국민일보

[경제시평] 탄소중립, 후퇴인가 도약인가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입력 2022-08-16 04:07

세계 석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러시아는 가스관을 잠갔고, 유럽은 급한 마음에 석탄발전으로 대체하고 있다. 중국은 기회로 삼고 석탄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전쟁이 에너지 위기를 가져온 것이다.

에너지 위기는 탄소중립 계획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전략을 흔들 것 같았지만, 일시적 후퇴일 뿐 영원한 퇴진은 아니다. 2023년에는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더욱 긴장감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어제 미뤄놓은 숙제와 오늘 해야 할 숙제를 모두 마무리하듯 말이다.

유럽연합(EU)의 에너지 개혁 ‘리파워 EU(REPowerEU)’를 주목해 보자. EU는 2022년 5월 18일 에너지 수급의 구조적 전환 계획을 담은 리파워 EU를 발표했다. 특히 이 계획에는 러시아로부터 화석연료 수입을 중단하기 위한 로드맵을 담고 있어 유럽이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EU가 이미 2021년에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강도 높은 대응 방안(‘Fit for 55’)을 발표했는데, 리파워 EU는 그 이상의 에너지 구조 전환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Fit for 55’는 EU가 내놓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12개 항목을 담은 입법 패키지로, 2030년까지 EU의 평균 탄소 배출량을 1990년의 55% 수준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은 탄소국경세로 불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다. CBAM은 EU 역내로 수입되는 품목 가운데 역내 제품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조치를 말한다.

유럽은 ‘탈러시아’를 선택했다. 리파워 EU는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약 1520억㎥의 가스 수입량을 2025년까지 제로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크게 3가지 골자다.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를 시도하고,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며, 러시아 외 다른 국가로부터 가스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EU는 청정에너지만으로도 2025년까지 러시아산 가스의 66%를 대체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유럽의 중장기적 계획에서도 명확히 나타나듯,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에너지 효율화 및 청정에너지 확대가 주된 전략임을 이해할 수 있다.

탄소중립은 멈추지 않는다.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탄소세(carbon tax) 도입으로 저탄소 제품라인이 확대되고, 친환경 보조금으로 경제 주체들의 탄소 저감 활동(친환경차 이용 등)을 유도하며,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확대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주요국들의 탄소중립 노력이 글로벌 경제 성장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진단했다. 그만큼 2023년에는 환경 분야의 비즈니스 기회가 더욱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ESG 열풍이 2020년 시작됐다면, 이제 ESG 2.0 시대다. 사회적인 책임감으로 ESG 경영을 시도하는 시대가 끝났다. ESG가 하나의 부상하는 산업이 되고, 신사업 전략이 되는 시대다. 곧 ESG 경영이 이윤 창출과 반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 창출을 위해서라도 ESG를 추진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CBAM 도입으로 친환경적 제조 공정을 갖추지 않으면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확대되면서 이산화탄소를 감축하지 않으면 제조 비용이 더 올라가는 시대 아닌가? MZ세대들을 중심으로 환경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친환경적 노력이 부족한 기업의 제품은 외면하기 시작했다. ESG 경영을 통해 기업들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소비자를 팬으로 만드는’ 전략을 마련해야만 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