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수마(水魔)와 헤어질 결심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 수마(水魔)와 헤어질 결심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입력 2022-08-17 04:06

지난 8일 집중호우로 안양천이 침수됐다. 올해만 세 번째. 이전 10년간 심각한 침수가 없었던 안양천인데, 이번엔 90시간 가까운 침수다. 9일 신정교 수위는 10.5m로 우면산 산사태 원인이던 2011년 7월 집중호우 때(10.3m)보다 높았다. 특히 관악산에 집중된 빗물은 도림천을 타고 신정교 합수부에서 안양천에 더해지며 수마를 키웠다. 수십 년 버텨온 아름드리 능수버들이 뿌리째 뽑히거나, 물에 잠긴 거대한 가지가 부유물까지 얹어진 수압을 못 버티고 쉽게 찢겼다. 새로 심은 나무들은 봄 가뭄에 이은 두 번의 침수를 가까스로 이겨내나 싶더니 이번 결정타로 상당수 스러졌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고, 강은 도시의 젖줄이다. 강을 끼지 않은 도시는 없고, 강을 다스리지 못하는 도시는 지속 불가다. 핵심은 배수와 저류다. 배수가 공학의 영역이라면, 저류는 책임의 영역이다. 내 땅에 떨어진 빗물을 배수 체계로 보내기 전에 책임진다면, 즉 저류 공간을 다양화해 집중되는 빗물을 잠시나마 잡아둔다면, 배수 부담을 줄여 결국 침수를 줄인다. 상종가인 신월빗물저류시설이 대표적이다. 도시 구조상 필요한 대규모 저류 시설을 추가하되 소규모 저류 공간도 곳곳에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주택이면 주택, 도로면 도로, 공원이면 공원, 산이면 산, 모든 도시 공간이 각자 부담을 지는 건 일종의 원인자 부담이자 물의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다.

건축물이라면 옥상녹화와 빗물저금통을 확대하고 중수시스템으로 유도해야 한다. 도로는 신월동 사례에 더해 투수포장 확대가 우선이다. 공원과 산은 세계적 화두인 자연기반해법(NbS, Nature based Solutions) 도입이 필수다. 풍성히 가꾼 숲, 물이 지하로 침투되는 레인가든(Rain Garden)처럼 숲, 계곡, 토양 등 자연 생태계의 역량을 최대치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홍수만 아니라 가뭄도 대비한다. 결국 도시 시스템을 혁신하려는 결심이 곧 수마와 헤어질 결심이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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