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해야

국민일보

[청사초롱]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해야

봉달호 작가·편의점주

입력 2022-08-17 04:02

중국에서 7년 살았다. 그때 어느 경제단체 연구위원으로 일한 적 있는데, 내가 맡은 역할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파악해 정리하는 일이었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이 이미 그런 백서를 제작해 발표하고 있었다. 여러 기업을 다니며 불만과 어려움을 청취하는 것이 일과의 대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배운 소중한 기회였다.

그때 어느 유통기업 주재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해외에서 기업 활동을 해보니 왜 우리나라에 외국 기업이 진출을 꺼리는지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근로자의 고충은 근로자가 돼보면 알고, 장애인의 고충은 가족 가운데 장애를 겪는 사람이라도 있어야 비로소 가늠하는 이치와 비슷하달까.

이른바 ‘새벽배송’이라는 서비스가 있다. 사업 아이템 자체는 단순하다.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을 포장해 문 앞까지 배달하는 서비스다. 소비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스마트폰 앱, 상품을 보관하는 창고, 배송 트럭과 기사 정도 있으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국내에 이 사업을 하는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왜 그럴까?

많은 사업이 그렇지만 겉으로 쉬워 보여도 여러 난관이 있는 법이다. 스마트폰 앱을 갖추는 일은 간단하다. 배송 업무는 외주를 준다고 하자. 남는 과제는 창고와 트럭밖에 없는데 왜 숱한 기업이 도전하지 못할까? 수십만 종류의 상품을 쌓아두고, 그것을 정확히 골라 내보내려면 엄청난 규모의 창고 설비가 필요하다. 신선하게 배달하려면 창고를 전국 방방곡곡에 수백 곳 만들어야 한다. 새벽배송 선두 주자인 쿠팡과 마켓컬리가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설비 투자를 계속하는 이유다.

여기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대형마트 입장에서 보자. 전국에 산재한 오프라인 점포를 ‘살아있는 창고’로 활용하면 어떨까? 빙고! 무릎을 치며 좋아할 것이다. 그런데 이건 법(法)에 막혀 안 된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대형마트가 매월 두 차례 의무적으로 문을 닫아야 하는 규제가 있다. 국민 모두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대형마트가 ‘자정부터 오전 10시 사이에는 영업할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는지? 이것도 법으로 규제한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대형마트는 자정~10시 영업을 할 수 없으니, 온라인 배송도 안 된다는 것이 대형마트가 새벽배송 서비스를 할 수 없도록 막은 정부 당국의 논리다. 유통업체 입장에서 보면 ‘살아있는 창고’ 수백 곳을 놀리면서 당장 시행 가능한 서비스를 마냥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셈이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우리나라엔 쓴웃음 나오는 규제가 많다.

다행히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가로막는 이런 규제를 ‘경쟁 제한적 규제’라고 지적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개선을 권고했다. 현행 규제가 대체 누구에게 이익이 되고 있는지 파악해보면 전문가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라도 쉽게 내릴 수 있는 판단이다. 특정 기업만 만세를 부르고 소비자는 경쟁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채 소외돼 있었던 것이다. 이런 간단한 규제 하나 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는지 돌아보면 또 한숨이 나오는 일이다.

여기에는 반론도 있다. 중소형 슈퍼마켓들이 규제 해소에 반발하는 중이다. 그러나 우리가 대기업을 규제하는 이유는 문어발식 확장이 혁신을 저해할 때 ‘경쟁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지 단순히 소상공인의 매출을 보호하려 그러는 것이 아니다. 규제로 소비자 편익을 가로막아서는 안 되고, 매출 감소는 창조적 혁신으로 대응하는 것이 시장경제 원리에 맞는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미래를 보자면 그 길로 가야 공동체가 발전한다. 기이한 규제로 가득 찬 나라에 선뜻 투자하겠다는 눈먼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새벽배송, 이젠 풀 때 됐다.

봉달호 작가·편의점주

아직 살만한 세상